사회안전성 대상 강연서 ‘대북전단’ 다뤄져…내부 동요 차단 목적?

소식통 "北, '적선물 접하고 원수들에 동조 주민 처형' 공포 분위기 조성"

함경북도 상삼봉 모습(2019년 6월 촬영).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이 노동신문을 통해 탈북민들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반응을 나타내면서 내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상 동요를 차단하기 위한 강연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8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이달 초 청진시를 비롯한 도 안의 사회안전부 일군(일꾼)들을 대상으로 남조선(남한) 적선물(敵宣物)의 위험성에 대한 강연이 진행됐다”며 “강연에서는 적선물로 사상이 전향돼 남조선에 대한 동경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정부(북한 당국)를 비난한 한 남자 주민을 처형했다는 내용이 다뤄졌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이번 강연을 통해 황해남도의 한 해안 전연지대에 사는 주민 한 씨가 적선물을 접한 뒤 주민들 속에서 남한을 찬양하며 당을 믿지 않도록 하는 망발을 한 것으로 처형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한 씨가 한국에 가 본 것처럼 ‘남조선의 야경이 매우 아름답다’라거나 ‘남조선은 세계적으로 우위를 차지하는 발전된 나라에 속한다’는 등 거리낌 없이 동경하는 마음을 드러내고, ‘우리는 한 생을 이밥에 고깃국 한 그릇 배불리 못 먹어 보고 고난의 행군만 하다가 죽을 수 있다’는 말을 공공연히 해왔다는 것.

결국 한 씨는 주변 주민들의 신고로 보위부에 붙잡혔는데 보위부 조사과정에서 최전연(전방) 1군단에서 복무하면서 ‘적선물을 발견한 즉시 읽지 말고 군 보위부에 신고하라’는 방침을 어기고 이를 지속해서 봐왔다고 실토했다는 게 북한 당국의 설명이다.

특히 북한 당국은 강연에서 한 씨가 적선물과 함께 넘어온 식료품을 몰래 주워 먹기까지 해 생명의 위험을 받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가 이로 인해 병을 앓아 끝내 만기 복무를 하지 못하고 5년 만에 제대됐으나, 고향으로 돌아간 후에도 허튼소리를 계속해 순박한 고향의 농민들을 현혹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여기서 한 씨가 병을 앓았다는 점은 사실일 가능성이 있지만, 이걸 남쪽에서 넘어온 음식물과 연관 짓는 건 북한의 전형적인 선전선동 수법으로 읽혀진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은 ‘원수들에게 적화된 자의 책동은 우리 혁명 군중의 예리한 귀와 눈에 배겨내지(견뎌내지) 못하고 5월 말에 처형됐다’며 ‘원수들과 동조하는 자들은 인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공포감을 조성했다는 전언이다.

이후 강연은 ‘이런 자들을 잡아내는 족족 혁명의 이름으로 처단하며 우리는 끝까지 사회주의 붉은 기(깃발)를 고수해야 한다’, ‘당만 믿고 따르는 변함없는 마음을 간직해야 한다’는 선동적인 발언으로 마무리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번 강연에 대해 소식통은 “사회안전부의 안전원들을 대상으로 먼저 진행됐는데 이는 전단이 살포되면 먼저 보안기관으로 들어가 이들의 사상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소식통은 “최근 경제적으로 점점 피폐해지고 있는 데 대해 불만을 품고 정부를 비난하거나 정부를 믿지 않는 주민들의 사상과 생각을 다잡기 위한 강력한 조치로 안전원들의 역할을 높이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