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비대면 축하선물?…지인 생일에 ‘전화돈’ 송금 유행

지방 출신 평양 대학생이 선도적 역할 담당...소식통 "우리도 자본주의 다 됐다"

손전화기(휴대전화)를 둘러보고 있는 북한 주민들. /사진=서광 홈페이지 캡처

북한에서도 비(非)대면 주문 서비스가 나타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신(新)풍속이 생겨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주민들 사이에서 생일이나 결혼식 등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전화돈’을 송금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평양 소식통은 8일 데일리NK에 “비루스(바이러스)로 인해 유동(流動)은 물론이고 행사 또는 모임이 통제되면서 전화돈을 선물이나 축하금으로 송금하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화돈 송금이 일종의 자동이체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전화돈이란 휴대전화 간 전화통화 시간을 주고받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부족한 음성전화를 다른 사람이 충전해주는 시스템으로, 주민들은 이를 간편 송금과 간편 결제에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은 “비루스 때문에 지방 출신 평양 대학생들은 집에 내려갈 수도 없고, 친구들도 만날 수 없게 됐다”며 “이 학생들이 기숙사 안에만 갇혀 있으면서 집안 대소사(大小事) 또는 친구들의 생일에 선물 대신 전화돈을 송금하기 시작한 것이 다른 지역까지 유행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화돈을 송금하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일종의 통신비 체크카드라고 할 수 있는 전화돈 카드를 소지하고 있다면 통신사 고유번호 세 자리와 송금할 액수, 상대방 전화번호, 전화돈 카드 암호 여섯 글자만 누르면 된다.

예를 들어 평양에서 주로 사용하는 통신사인 고려링크 사용자의 경우 숫자 키패드에서 ‘*999*송금할 액수*전화번호*전화돈 카드암호 여섯글자#’을 누르면 카드에 있는 전화돈이 상대방에게 전송된다. 강성네트 사용자는 통신사 고유번호 세 자리에 999대신 929를 넣으면 된다.

소식통은 “방법도 간단하니 적은 금액을 보낼 때는 전화돈이 유용하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나온다”면서 “선물을 돈으로 보내니 우리도 자본주의 다 됐다고 이야기하는 주민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본주의 황색바람’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지만,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 바로 주민들의 외화 흡수에 일종의 효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당국은 최근 들어 이 전화돈 송금을 1일 1회, 1회당 최대 전화돈 500원으로 제한을 뒀다.

소식통은 “전화돈 카드는 딸라(달러), 비(위안화), 유로 등 외화로도 살 수 있다”면서 “내화로도 구입 가능하지만 이 경우엔 더 많은 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대체로 외화로 결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전화돈 1원에 북한 돈 75원으로 계산된다. 최근 북한 주민들은 지인 생일에 적게는 전화돈 200원에서 많게는 500원을 선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돈 1만 5000원에서 3만 7500원 가량을 1회 축하비로 송금하는 셈이다.

북한판 핀테크 ‘전화돈’ 유행…간편 송금·결제도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