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김정은의 개혁 의지 담긴 구호가 ‘자력갱생’인가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 베트남 북한 대사관에 도착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지난해 한반도는 대전환의 분위기를 연출했고, 올해도 이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그 주역은 한국이나 미국이 아닌 북한이다. 북한은 평창올림픽 참가에 이어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적극 나서면서 과거의 폐쇄적 올가미를 벗고 과감하게 개혁개방으로 의지를 대외에 각인시켰다.

북한은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당정 회의에서 핵 우선에서 경제성장 위주로 정책을 전환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동에서 서로, 남에서 북으로 경제발전과 건설을 위한 강행군을 이어갔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경제건설 다짐을 일관했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것일까. 아직까지 북한의 실질적인 변화를 위한 정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구호는 우리식 사회주의 건설이고, ‘자력갱생’ ‘간고분투’ 같은 구태의연한 구호가 생산현장에서 반복되고 있다.

북한에서 50년 가까이 살아본 경험을 볼 때 ‘자력갱생, 간고분투’를 강조하고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와 주민들의 충성 유도로 북한을 변화, 발전시키는 것은 어렵다. 대외적으로는 비핵화와 국제협력을 이야기하면서도 내부적으로 각종 검열과 통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자력갱생’이 대북제재 상황에서 나온 불가피한 조치일 수 있지만, 우리식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목표 하에 진행된다는 점에서 기존 경제구조의 틀을 유지하려는 보수적인 정책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북한 경제에 부정적인 요소가 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해 북한에서는 대북제재로 인한 광물생산 및 대외무역 감소, 농업 작황 부진이라는 악재가 이어졌다. 지난해 작황 부진은 우량종자의 부재, 폭염과 폭우 등 기상 악화, 비료 및 농약의 부족 등이 겹쳐 발생했다. 2018년 12월 24일부터 25일까지 평양에서 ‘전국 농업일군열성자회의’를 소집하고 엄격한 비판과 총화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2018년 북한 경제는 여러 대내외적 요인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주민들의 경제 상황을 종합시장을 통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2018년 전반을 볼 때 북한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 경제 체제의 구조적 모순, 국제사회의 제재에 따른 일부 수입제품(밀가루, 식용기름 설탕, 휘발유 등)공급의 감소, 시장의 반응 및 대응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북한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가격변화는 품목별로 상이하게 나타났다. 이는 품목별 특성 및 수급 변화가 가격에 반영되어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북한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가격변화는 계절적으로 차이가 나타났다. 이는 북한의 계절적 수요변화와 경제력 감소, 유통구조의 불안정성 때문이다.

경기침체나 다운턴(down turn·경기하강)은 시기상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정책의 결과이다. 외세의 경제봉쇄 탓으로만 돌려서는 답이 나올 수 없다. 지금 북한의 정책이 좋은지 나쁜지를 분석해야 한다.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시장 활성화와 통화정책개선, 국방 우선 정책에서 경제 집중정책으로 이전 등은 좋다.

문제는 폐쇄적인 규제정책, 무역정책인데, 이게 개방이 되어 시장경제 방식으로 합리적 시장이 원하는 대로 풀려간다면 북한경제는 큰 플러스 효과를 누릴 것이다.

북한이 핵 폐기, 인권 개선 부분에서 외부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제사회와 무관세 자유무역, 지식재산권보호, 북한 시장 개방 등에 합의한다면 북한경제는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코앞이다. 많은 사람이 정상들의 만남을 환영하고 있으며 심지어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퍼포먼스는 한 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제재 해제와 외부 지원을 이끌어내는 성과 위에 북한 경제 체질의 과감한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북한에게는 좋은 기회이다. 변화를 위한 에너지를 내외에 성숙시킬 수 있다. 인민들에게 하루 옥수수 300g만 먹이고 충성을 요구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 자력갱생 같은 화석화 된 구호를 버리고 개혁개방과 협력의 길로 나서야 한다. 그 길만이 북한과 한반도를 평화와 번영으로 안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