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읽기] 올해 농사 시작부터 비료가 부족하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봄기운이 약동하는 포전마다에 애국의 땀 묻으며’라는 제목으로 청진시 청암구역 직하협동농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주민에게 그 해 쌀농사 작황은 다음해 식량 사정과 직결된다. 쌀 생산량이 감소해도 대규모 식량난까지 발생하지 않지만 쌀값이 오르고 농민들의 삶은 궁박해진다. 그런데 올해 농사가 시작부터 징조가 심상치 않다. 

28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평안남도 평성과 자산, 백송, 후탄의 대형 농장들에서 모판에 쓸 비료가 부족해 벼와 옥수수 냉상모가 노란색을 띄고 제대로 피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지 농업관계자들의 말에 의하면 비닐 박막이 부족해 온도보장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한다. 

통상적으로 모판비료는 국가에서 파종할 때 농장별로 공급해주는데 올해는 국가공급이 거의 없는 형편이고, 시장에도 비료와 농약이 거의 없어 필요량의 40%도 주지 못했다고 한다. 볍씨 파종 시 비료 시비는 이양 후 생육 단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비료 부족 현상은 평성 일대뿐만 아니라 평안도 서해안 지역인 숙천군(사산농장, 열두 삼천농장, 백암 등)과 문덕, 평원지역에도 나타나고 있다. 서해안 간척지에서 전해오는 상황은 우리가 추측한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간척지 논 토양에는 부식과 질소 함량이 매우 적기 때문에 질소 비료를 많이 주어야한다. 간척지 논에는 질소 비료의 효과성이 가장 높은 데도 비료가 부족해 농사에 지장이 크다. 새로 일군 간척지 논은 사실 질소 비료 살포양에 따라 소출량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북한의 농업상황을 보면 북한 농업 실태를 수십 년간 경험한 필자의 시각에서는 악화일로를 겪고 있다. 북한 당국이 외치는 ‘자력갱생’은 그들이 원하는 생산량 증대의 목표를 이뤄줄 수 없다. 북한은 올해 최악의 경제 환경에서 합리적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고 오직 주민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자력갱생을 외치며 ‘최악의 결과’로 나가고 있다. 

대북제재 와중에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을 꽁꽁 틀어막은 결과는 비료의 절대부족으로 나타나고 있다. 비료 증산을 공언한 공장들은 부품 노후화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러한 정밀가공 부품은 자력갱생으로 해결할 수 없다. 포전담당제 같은 노동 동기를 부여하는 변화도 농자재 공급 없이는 생산량에 큰 변화를 줄 수 없다. 

지금이라도 북한 당국은 비료 문제에 합리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통제되고 있는 조건에서는 비료 지원이나 수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국민들의 생존이 달린 농업부문 성과에서 노동당과 지도자의 근거 없는 야심은 통하지 않는다. 

자력갱생에 대한 기대가 비극으로 다가오는 오늘 진정으로 ‘인민을 위한 지도자’라면 국민의 생존을 위하여 건강하고 실리적인 정책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개혁개방이 벅차면 어디서든 비료를 꾸어오기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