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동원수첩에 담긴 김정은 인민사랑…우상화 작업 일환?

선대 유훈 실천하는 애민 지도자 이미지 부각…개인숭배 작업 진행중인 듯

북한이 지난 7월 말 제작·배포한 선동원 수첩 내용 일부. /사진=데일리NK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우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과 같은 반열에 끌어올리며 위대성을 선전함으로써 주민들에게 인민사랑을 실천하는 지도자이자 선대의 유훈을 관철하는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굳히는 데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본보가 최근 입수한 ‘선동원 수첩’(농업)에는 김 위원장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심을 높이고 이를 통해 내부 결속을 꾀하려는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특히 북한은 올해 7월 제작·배포한 이 수첩에서 김일성과 김정일 뒤, 김정숙 앞에 김 위원장의 위대성을 선전하는 내용자료를 배치해 유훈통치의 계승자이자 선대의 뒤를 잇는 유일한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드러냈다.

북한은 모든 부문에 배치돼 있는 선동원들을 통해 지도자의 권위를 부각하는 우상화 작업을 진행, 수령을 중심으로 한 1인 지배체제의 당위성을 강조·세뇌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같은 정치선전사업은 지도자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심과 사상적 무장을 독려함으로써 체제결속을 꾀하는 주요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90여 쪽에 달하는 수첩 첫 부분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위대성자료’로 시작해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동지의 위대성자료’,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동지의 위대성자료’로 이어진다. 김 위원장에게는 ‘위대한 ○○’ 대신 ‘경애하는 최고영도자’라는 수식이 붙고, 할당된 9쪽의 지면 분량도 김일성과 김정일(각각 11쪽)에 비해 적지만 그에 대한 개인숭배 역시 뚜렷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해당 자료에는 먼저 김 위원장이 지난 2015년 9월 홍수피해가 발생한 함경북도 나선시를 찾아 복구 작업에 한창인 인민군대를 독려한 사례가 제시됐다. 특히 ‘재부 중에도 제일 귀중한 재부가 인민들의 믿음이다. 우리는 인민들의 믿음이면 더 바랄 것이 없다는 관점을 가지고 멸사복무의 정신으로 인민들의 그 믿음에 보답하여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애민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실제 자료는 “인민에 대한 경애하는 원수님의 열화 같은 사랑, 끝없는 헌신의 정신은 군인건설자들이 짧은 기간에 당에서 정해준 시간에 최상의 수준에서 살림집(아파트) 건설과 주변정리를 완전히 끝내고 나선 땅에 행복의 무릉도원을 펼쳐놓을 수 있게 한 창조와 기적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선전했다.

또한 김 위원장이 약 한 달 만에 피해복구가 마무리된 뒤 다시 현장을 찾아 인민군대의 성과를 치하하고, 기념사진 촬영을 위해 1시간 30분을 기다리기도 했다면서 “위대한 애국, 애민의 헌신과 노고를 바쳐가시는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의 탁월한 영도가 있어 조국땅 방방곡곡에서 전변의 기적들이 창조되고 노동당 만세소리, 사회주의 만세소리가 하늘땅을 진감하고 있다”고 칭송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9월 함경북도 온성군 노동자구 수해복구 건설현장의 모습. 기계는 별로 없고 주민들만 동원된 상황이 확인된다.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이듬해인 2016년, 함경북도에서 일어난 홍수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가옥과 기반시설이 파괴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을 때에는 정작 현장을 찾지 않았다. 청진시에 유압식 굴착기를 보낸 것과 일부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선물을 보낸 것이 그가 취한 조치의 전부다. 후에 최룡해가 피해지역을 방문하기도 했지만, 지적만 하고 돌아가 주민들의 불만이 되레 높아졌다는 게 당시 소식통의 전언이다.

대신 자료는 함경북도 수해로 주민들이 큰 곤란을 겪고 있을 때에 이뤄진 김 위원장의 고산과수종합농장 현지지도를 또 다른 ‘인민사랑’의 실천적 사례로 제시했다. 과일생산에서 성과를 낸 농장을 찾아 ‘올해 수확한 사과를 인민들에게 보내주면 좋아할 것’이라고 말하는 김 위원장의 모습에서 뜨거운 인민애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농장에서 이룩되고 있는 자랑찬 성과들은 농장의 전망을 휘황히 밝혀주신 우리 수령님과 장군님의 헌신과 노고를 떠나 생각할 수 없다’, ‘우리 인민들에게 더 많은 과일을 먹이시려고 온갖 노고를 다 바쳐오신 위대한 수령님들의 영도 업적을 빛내어가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열거함으로써 선대의 유훈을 받들어 실천하는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심는 것에도 집중했다.

이밖에도 자료는 ‘조국의 부강발전을 위한 힘을 키우는 것보다 더 큰 애국은 없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명언’으로 다루며 “우리 모두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동지의 명언에 담겨진 깊은 뜻을 가슴에 새기고 맡은 농사일에 더욱 박차를 가함으로써 공화국 창건 일흔 돌이 되는 뜻깊은 올해를 높은 알곡증산의 해로 빛내이는데 적극 이바지하자”고 선동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4~6일 방북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공항 환영 및 환송행사 때 김 위원장의 대형 초상화가 북한 언론을 통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의 모습이 대형 초상화의 형태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북한 당국이 현재 김 위원장 개인 우상화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