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선이 다중 감시 피하고 경비정을 따돌렸다? 말도 안돼”

소식통·탈북민 의혹 제기 "자강도 접근 쉽지 않은 지역...선원 19명도 상식 밖 이야기"

일본 배타적겨제수역(EEZ) 내 야마토타이(대화퇴)에서 조업 중인 북한어선의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 / 사진=혹코쿠(北國)신문 제공.

우리 정부가 탈북민 2명을 비밀리에 추방한 사건을 두고 여러가지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 내부 소식통과 관련 업종에 종사한 탈북민들 사이에서 목선이 범행 이후 다시 김책항으로 돌아간 것도 모자라 해안경비대의 추적을 피해 해상분계선까지 도주해 왔다는 우리 정부의 조사 결과를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 군수 공장이 밀집되어 있는 ‘자강도’를 은신처로 삼고자했다는 부분도 상식에 어긋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김책항에서 해안경비대의 감시 피한다?

북한 군 내부 소식통은 최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배가 김책항으로 돌아와서 한 명을 내려주고 잡히는 것을 보고 도망쳤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이미 근해에서 추적돼 체포됐을 것”이라며 “김책항이 상당히 큰 항구이고 레이다 망이 촘촘해 추적을 피하기 힘든 곳”이라고 말했다.

함경북도 김책항과 같은 대형 항구의 경우 해안경비대가 이중 경비를 서는 형태로 배들의 이동을 감시한다고 한다. 북한 해안경비대가 부두나 정박장으로부터 반경 3km 안쪽 지해안 지역을 1차로, 이로부터 10km 해안 연설을 2차로 고정 순찰을 할 뿐만 아니라 24시간 탐지기를 가동하기 때문에 해안경비대의 감시를 뚫기란 쉽지 않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수산사업소 출신의 한 탈북민도 “북한의 해안경비는 말 그대로 날이 서있다”며 “군(軍)이 배들의 이동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데, 다시 빠져 나왔다는 건 상식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목선으로 북한 경비정을 따돌려?

더욱이 이들이 타고온 목선을 볼 때 북한군의 경비정을 따돌릴 수 없는 마력을 가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수산사업소 출신 탈북민은 “북한 군의 단속정은 속력이 70~80km 정도”라며 “북한 오징어잡이 어선의 경우 배 엔진을 18~25마력으로 쓰는데 속력이 40km에 불과해 경비정을 따돌릴 수 없다”고 밝혔다.

해외에서 이 사건을 접한 평양 출신 간부도 “해안경비대의 추적을 피해 해상분계선 쪽으로 도주했다는 부분이 가장 의심이 드는 대목”이라며 “배가 사람을 내려주기 위해 항에 정박한 상황이라면 김책항을 벗어날 수도 없었거니와 항을 벗어났더라도 경비정에 의해 5~10km도 못가서 붙잡혔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들이 탄 배가 북조선 경비정에 쫓기는 상황에서 그 허술한 배로 이틀 동안이나 도망치며 남조선 경계선(NLL)을 들어왔다 나갔다 했다는 점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고 있다. 해당 목선은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피 중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이 승선했던 목선으로, 이들은 지난 7일 북한으로 추방됐다. /사진=통일부 제공

16명 살인한 흉악범들의 도주 목적지가 자강도였다? 

북한 내부에선 이들의 최종 목적지가 자강도였다는 부분도 미심쩍다는 얘기도 나왔다. 평양 출신 간부는 “남조선 보도를 들어보면 이들이 마른 낙지(오징어)를 팔아 도피 자금을 마련한 뒤 자강도로 도망가려고 했다는데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 주민이라면 군수 시설이 밀집되어 있는 자강도에 들어가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또한 3명이 16명을 살해하는 극악한 범죄를 저질렀다면 이들이 갈 곳은 남조선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상식적인 일일뿐더러 혹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일본으로 갈 생각을 하지 자강도로 도주할 목적으로 돈을 마련하기 위해 김책항으로 다시 갔다는 것 자체가 비논리적이라는 의미다.

19명이 오징어잡이 조업?

이런 가운데 이들이 타고온 목선의 구조나 특성도 우리 정부의 합동조사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산사업소 출신 탈북민은 “이들이 타고온 북한 어선은 길이 15m 정도로 추정되고 북한말로는 범선으로 부르는데 이 배에 어떻게 선원 19명이나 탔다는 건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나포된 어선의 정원은 10~20명이 타서 이동을 할 수는 있겠지만 오징어잡이를 하려면 옆사람과 낚시줄이 엉켜 작업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보통 그정도 크기의 오징어잡이 배에는 7, 8명이 타는 게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 탈북민은 “북송된 2명이 합동조사 과정에서 이같이 진술한 것이라면 거짓 증언을 한 것이고 우리 정부가 이들의 증언을 그대로 믿고 조사를 종결했다면 북한의 해상경비 체계와 내부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