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포커스] 2차 북미정상회담과 비핵화 진전을 위한 노력

지난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사진=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국장 트위터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실무진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국제정치상에서 실무진의 움직임이 가시화되었다는 것은 온라인이나 통신으로 의제에 대한 아웃라인이 잡히고, 본격적인 회담을 위한 착수작업이 시작되었다는 의미다.

1차 북미정상회담(2018.06.12._Santosa in Singapore)은 북한과 미국이 전후 처음으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으며, 종전 후 비핵화를 위한 두 정상이 의견조율 의향을 타진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는 1차와는 다른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이라는 성과를 거두어야 하는 과제와 부담을 두 정상은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스웨덴에서 진행된 비건과 최선희의 협상은 그 어느 때보다 팽팽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시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와 주일미군사령부(USFJ) 홈페이지에 공개된 영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있다. 지난달에 공개된 영상에 핵무기의 개수와 ‘핵 보유 선언국’이라는 용어는 삭제되었지만, 실질적인 농축우라늄이 동아시아 지역에 존재한다는 것은 사실이며, 그것을 세계가 인지하고 있다는 점은 주지할 필요가 있다.

일단 북한은 제7차 3기 전원회의(2018. 4. 27.)에서 밝힌 ‘핵을 포기하고 경제발전에 매진’하겠다는 노동당의 지도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2019 신년사에서 김 위원장은 ‘완전한 비핵화’를 재확인하며 미국에게 ‘상응한 행동’을 강조한 북미관계 개선을 표시하였다.

다시 말해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 그리고 “언제든 또 다시 마주 앉을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역설하며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의연히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가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선언하였다.

이에 따라 ‘단계적이며 부분적인’ 제재 완화 혹은 상응하는 조치가 협의 내지는 부분적인 협의가 이루어진 후에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주일미군사령부가 공개한 동영상에서 ‘핵보유국 선언국’의 표현을 삭제하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정치공학적인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또 다른 문제이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실질적인 핵보유국’으로 (잠정적으로) 인정한 상태에서 ‘회담’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작디작은 북한이 초강대국인 미국과 마주 앉지 못했을 것이라고 북한은 자평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인으로서 보다 일찍, 보다 진지하게 북한과 ‘핵’에 관한 양자 혹은 다자 회담에서 진전을 보였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중국은 쌍궤병행(雙軌竝行)과 쌍중단(雙中斷)을 주장하며,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동시에 중단되어야 한다는 것을 꾸준히 견지하고 있다. 이 정책은 환구시보(環球時報)가 사평(2017.03.17.)에서 밝힌 바와 같이, 지난 20년간 제제와 위협을 기초한 대북정책에 회의(마른 수건을 짜는 것)를 밑바탕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미국과 일본이 주장하는 것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CVID_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으로 중국에 비해 현실적이지 않다는 인상을 준다. 물론 2차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에 대한 유연한 해석과 접근에 변화가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에서 명확하게 해야 할 점이 있다는 것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바로 ‘핵’에 대한 개념과 범위이다.

오래전부터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해온 북한은 자신의 핵을 제거하는 것과 함께 남한의 핵무기를 함께 처리할 것을 역제안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미국 국민의 안정이 최우선’임을 기회가 될 때마다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미루어볼 때 그들에게 ‘핵’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 미사일에 한정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 우리에게 ‘북핵’은 무엇이며, 그 범위는 무엇인가. 이 자체가 남북 화해 분위기를 자극할 수 있다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이럴 때일수록 생각의 차이와 관점의 이질감을 공유해야 하지 않을까.

핵을 가진 북한이 아니라, 핵보유국 북한과의 관계를 수평으로 가지기 위해 우리는 중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한중 관계는 친구이며, 한일관계는 이웃이다. 남북관계는 형제이며, 한미관계는 동반자이다. 어느 한 관계가 진전되거나 변화되어도 우리는 친구이자 이웃을, 형제이자 동반자와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오랜 시간 그 관계의 깊이를 더해 가야 한다.

반만년 동안 한반도는 수많은 외침의 시련과 고단함 속에도 잊지 않았던 것은 바로 친구와 이웃, 그리고 형제와 동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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