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전단 예고한 北, 25~28일 사이 최전방 지역서 살포 계획

소식통 "청년 등 민간인이 풍선·드론 등으로 삐라 날릴 예정"…김여정 '업적 쌓기' 일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0일 “각지에서는 대규모적인 대남 삐라(전단) 살포를 위한 준비 사업이 맹렬히 추진되고 있다”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대남전단 살포를 예고한 북한이 오는 25일께 풍선과 드론 등을 사용해 전단을 날려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전단이 서울 한복판에 떨어지게 하는 것을 목표로 특히 2·4군단이 관할하는 서부전선 최전방 지역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살포에 나설 예정이라는 전언이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에 “25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사이에 동시다발적으로 4개 전연(전방) 군단 지역에서 삐라(전단) 살포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황해남도 배천·연안·옹진군(4군단), 황해북도 금천군·개성시 판문군과 군사분계선 일대(2군단) 등 서부전선 최전방 지역과 강원도 철원군(5군단), 강원도 금강군 까칠봉 초소 인근(1군단) 등 중·동부전선 최전방 지역에서 대남전단을 살포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민간인들의 출입·통제가 비교적 쉬운 개활지이면서 목표 지점인 서울과도 가까운 2·4군단 주둔 서부전선 최전방 지역에서 대부분의 전단이 살포될 예정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산지가 많고 군사기밀상의 문제로 민간인에게 개방하기 어려운 중부나 동부전선 최전방 지역에는 소규모 인원만 출입시킬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군은 이렇듯 최전방 군사지역의 민간인 출입 준비 작업이나 안전 보장, 살포 수단으로 군용 소형드론을 제공하는 역할만 할 뿐, 실제 살포 주체는 민간인이며 이중 80%가 대학생 청년들이 될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체제 유지 측면에서 북한 내 젊은 세대의 사상적 해이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청년들을 선전전에 대거 동원해 투철한 혁명 의식을 심으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삐라 살포는 계층별, 조직별로 준비 중인데 대다수는 청년학생들이 될 것”이라며 “혁명의 시련을 겪어보지 못한 새세대들이 혁명의 주력군으로 남조선(한국)에 대한 치솟는 적개심과 불타는 증오심을 가지도록 해 남조선을 영원한 적으로 낙인찍도록 교양을 강화하려는 선전선동 사업의 사상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목적에서 북한 당국은 이번 대남전단 살포에 풍선이나 군용 소형드론을 비롯해 김책공업종합대학 학생들이 개발한 인공지능 드론도 사용할 방침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특히 북한은 이번 행위에 정치·사상적 의미를 부여하려는 의도에서 전단 살포 기점을 25일로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전쟁을 일으킨 남조선 괴뢰도당과 미제국주의자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하신 수령님(김일성)의 탁월한 영도로 적들의 아성인 서울을 단 3일 만에 점령한 조국해방전쟁(6·25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참패의 역사를 다시 새겨주자는 뜻에서 25일로 잡은 것”이라고 했다.

현재 북한은 노동신문출판사와 인민군출판사를 제외한 조선수출입물출판사, 외국문출판사, 봉화출판사, 육해운성출판사 등 평양시 중앙기관의 10여 개 출판사를 대남전단 제작에 참여시키고 있으며, 일단 5000만 장의 전단을 찍어낸다는 계획으로 평양종합인쇄공장과 교육도서인쇄공장 등을 만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0일 “각지에서는 대규모적인 대남 삐라(전단) 살포를 위한 준비 사업이 맹렬히 추진되고 있다”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무엇보다 이번 대남전단 살포 준비는 지난 5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전언이다. 중앙당 조직지도부가 전단 살포 관련 ‘대적사업’을 총괄 조직하고 실무는 선전선동부가 맡아 김여정의 지시 이행에 나서고 있다는 것.

결국 이번 움직임은 대적(對敵) 개념을 부각해 체제를 결속하고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보다 구체적으로는 김여정의 영도력에 대한 내부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소식통은 “탈북자들의 삐라 살포를 비난해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권위와 위신을 백방으로 보장해야 하며 이를 훼손하는 자들은 누구든 용서치 않겠다고 하면서 그것을 제일 먼저 들고나와 관철하는 김여정 동지가 충신 중의 귀감이라 말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 사실상 김여정의 업적 쌓기 일환으로 이번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이번 일은 김여정 동지의 업적을 치켜세우며 칭송하려는 데 그 의의가 있다”며 “원수님과 함께 적들의 책동을 진두에서 짓부순 김여정 동지의 영도와 사상을 받들어 인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일떠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23일 북한의 대남전단 살포 예고와 확성기 설치에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내용들이 위반돼가는 모습이 매우 안타깝다”며 “빨리 이런 비생산적인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한반도 평화 증진을 위해 남과 북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통일부는 북한이 매체를 통해 대남전단 살포 계획을 밝힌 데 대해 “북한의 이러한 행위는 남북 간 합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며, 남북 사이의 잘못된 관행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키는 조치이자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관계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라고 강한 유감의 뜻을 표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3일 ‘북남(남북)관계 파괴자들의 뻔뻔스러운 추태’라는 제목의 정세론해설 기사에서 “도적이 매를 드는 철면피한 망동이 아닐 수 없다”며 “전체 인민의 의사에 따라 계획되고 있는 대남보복 삐라 살포 투쟁에 그 어떤 합의나 원칙에 구애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