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백 칼럼] 스스로 부끄러운 인권철학을 드러낸 文정부

유엔인권이사회가 22일(현지시간) 북한인권 침해를 규탄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사진=데일리NK

한국이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명단에서 빠졌다.

유엔인권이사회는 22일(현지시간) 북한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와 반인권 범죄를 규탄하고 책임 규명을 촉구하는 북한 인권결의안을 표결 없이 채택했다.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초안을 작성해 공동제안한 결의안이었는데, 문재인 정부는 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지 않았다. 작년에 이어 두번째다.

문재인 정부는 “현재의 한반도 정세 등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공동제안국에서 빠진 이유를 밝혔다. 이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정부의 노력, 남·북한 관계의 특수한 상황 등을 포함한 여러 요인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문득,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이 떠오른다. 그 전까지 유엔에서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이 있을 때, 기권하던 노무현 정부가 입장을 바꿔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두 가지 이유를 밝혔다.

‘첫째,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여 국제사회의 여론이 악화되었고, 둘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만큼 보편적인 인류가치에 대해 더 이상 한반도의 특수상황을 적용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을 실험했으니, 보복성 카드로 인권문제를 거론하겠다는 의미였고, 쉽게 말해 ‘반기문장관의 얼굴을 봐서 찬성표를 던진다’는 소리였다.

당시 인권에 대한 원칙 없이 상황 논리만으로 찬성표를 던지던 노무현 정부를 보며, 당시 데일리NK에 다음과 같은 우려를 담은 칼럼을 실었던 기억이 난다.

‘원칙 없는 상황논리는 무력하다. 만약, 남북 간의 상황이 개선된다면 그때 가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또 다시 북한인권결의안을 반대할 것인가? 반기문 총장의 임기가 끝나면 또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 가서 또 다시 한반도의 특수상황을 내세워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외면할 것인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우려는 현실이 됐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그 동안 말로는 ‘북한인권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주장하면서, 행동으로는 늘 북한인권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해마다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은 2500만 북한 주민이 심각한 인권 유린으로 고통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 북한 주민에게 자유를 주고, 지금도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있는 십수만의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에 동의한다면,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하고 결의안 공동제안국에도 참여하는 것이다. 이에 반대한다면, 제안국에서 빠져도 좋고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지는 것이다. 왜 북한인권결의안 문제에 남북관계나 한반도의 특수성을 들먹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 한국의 이름을 빼버림으로써 자신의 인권철학이 얼마나 얄팍하고 정치적인가를 국제사회에 확실히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