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58kg 밀수 사건에 ‘발칵’…김정은 ‘1호 방침’까지 내려져

"연관된 자 모두 적발" 지시에 금광 가진 중앙당·국가보위성 연대책임 받을까 '초긴장'

북한 양강도 혜산시 전경. /사진=데일리NK

이달 초 북중 접경지역에서 50kg이 넘는 금(金)을 중국에 몰래 넘기려던 북한 전문밀수업자와 그의 뒤를 봐주던 국경경비대 군관 등이 붙잡혀 현재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경 지역에 대한 북한 당국의 단속과 통제가 한층 강화되는 상황에서 터진 이번 밀수 사건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까지 보고돼 엄중하게 다뤄지고 있으며, 이에 금광을 운영하는 연관 기관들이 초긴장 상태에 놓여있다는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13일 데일리NK에 “이달 초 혜산의 압록강 기슭에서 금 58kg을 밀수하려던 밀수꾼과 그와 함께 작당한 국경경비대 부소대장, 중대 보위지도원이 붙잡혀 조사를 받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은 중앙에까지 보고됐고, 1호 방침까지 내려져 상당히 큰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의 전한 이번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는 이렇다.

희귀금속을 전문으로 다루는 40대 후반(남성)의 한 밀수꾼은 지난 2일 밤 양강도 혜산의 약속된 압록강가에서 중국 측 밀수업자와 접선을 시도했다. 그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손전등을 3번 깜빡거려 강 건너편의 중국 밀수업자에게 신호를 보낸 뒤 포장된 금 58kg을 소형 튜브에 실어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당시 현장에는 그의 뒤를 봐주던 국경경비대 부소대장과 중대 보위지도원도 나와 있었는데, 밀수꾼의 짐을 우연히 들게 된 중대 보위지도원이 순간적으로 이상한 낌새를 감지하고 밀수를 급히 중단시켰다.

“저쪽(중국)에서 요구하는 약초 견본품을 넘겨주려는 것”이라는 설명만 듣고 밀수에 가담한 보위지도원은 약초라기엔 짐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고 여겨 황급히 싸여있던 밀수 짐을 풀어헤쳤고, 짐 안에 성냥갑만 한 1kg짜리 순금 덩어리 수십 개가 들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보위지도원은 그 즉시 여단 보위부에 연락해 “다른 것이면 하겠는데 애국적 양심으로 금은 못 넘기겠다”며 자진신고 했다. 이후 보위부가 곧바로 현장에 도착해 밀수꾼과 부소대장, 신고자인 보위지도원까지 모두 붙잡아갔다.

체포된 밀수꾼은 도 보위국에, 부소대장과 중대 보위지도원은 여단 보위부 영창에 구류된 상태로 조사를 받고 있으며, 중국에 넘기려던 금은 모두 국가에 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안은 상당량의 금을 넘기려던 중대한 사건으로 여겨져 중앙 국가보위성에 보고되는 동시에 혜산에 검열을 나와 있던 조직지도부 지도소조에 의해 중앙당 조직지도부에도 전달되면서 결국 김 위원장에게까지 전해졌다.

이에 따라 지난 8일 ‘인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전당·전군·전민이 모두 떨쳐나 평양종합병원 건설에 매달리고 필요한 운영 설비를 사들여 외화자금도 고갈되고 있는 상태에서 금을 빼돌리는 행위가 발생했다. 이번 사건을 끝까지 캐내 연관된 자들을 모두 적발해내라’는 내용의 1호 방침이 내려졌다.

붙잡힌 밀수꾼은 금광의 의뢰를 받아 금을 중국 측에 넘기는 사실상의 전달자 역할만 할 뿐, 실제 금을 내다 팔아 외화를 챙기는 주체는 금광의 실소유주이기 때문에 어느 금광에서 난 금인지, 이 금광은 어느 기관 산하인지 등을 낱낱이 밝혀내 책임을 물으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것이다.

도 보위국 내부에서는 ‘아마도 이번 거래가 잘 이뤄졌는지 끝까지 지켜보고 금광 실소유주에게 보고하는 자가 따로 있을 테니 그를 잡아서 앞 선을 캐내야 한다’는 말이 나왔고, 실제 보위국 예심과 일꾼들은 금광주가 믿을 만한 최측근을 따로 보냈을 것으로 보고 밀수꾼에게 그에 대해 실토하라고 다그치면서 잠도 재우지 않고 심문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밀수꾼은 아직 이에 대해 발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보위국은 밀수꾼의 자살 기도에 대비해 입에 천을 물리고 철창 사이로 손목을 빼내 수갑으로 채워놓고 있으며, 그의 가족들까지 감시하면서 통화 내용을 살피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이 밀수꾼은 앞 선을 대도 안 대도 결국 곧 처형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면서 “나머지 밀수에 가담한 국경경비대 부소대장은 과오제대되고, 중대 보위지도원은 자발적으로 신고했기 때문에 1계급 강등이나 부대 조동(調動)과 같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순금의 형태를 보면 이를 생산한 금광을 얼추 파악할 수 있어 현재까지 총 6곳의 금광으로 수사망이 좁혀졌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여기에는 중앙당, 국가보위성, 인민무력성 산하의 무역회사가 운영하는 금광도 포함돼있어 당, 정, 군 모두가 연대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데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역설적이게도 그중 중앙당, 국가보위성 산하의 무역회사가 운영하는 평안남도 회창군의 금광 2곳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돼 한층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