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권 쥔 北여성 위상 ↑… “대놓고 ‘토대’ 물어보며 男선택”

평양시민들의 모습. 한 여성이 클러치백을 들고 있다. /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요즘에는 돈 많이 번 여성들이 남성을 선택해요.”

북한에서 여성들이 가계(家計)를 책임지는 일이 많아지면서 여성들의 위상이 높아지는 현상이 점차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장기화되는 경제난에 남성 본위의 사회적인 분위기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양 소식통은 4일 데일리NK에 “요즘 직장이 멈춘 경우가 허다하고 월급을 받아봐야 하루 식량값 밖에 안 돼 남자들이 전혀 가치가 없다”면서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돈을 많이 번 여성들이 남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경제력을 갖춘 여성들이 배우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경제난이 지속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 이런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특히 시장의 발달은 경제권을 쥔 여성들의 지위가 향상된 하나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실제 북한에서는 1990년대 말 고난의 행군 이후 배급체계가 무너지면서 여성들이 시장에 나와 장사활동을 하며 돈을 벌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여성들은 실질적인 가계부양자로서 역할을 해왔다.

소식통은 “능력 있는 여성들의 경우에는 중매쟁이에게 남자의 토대를 대놓고 물어보면서 엄청나게 따진다”면서 “남자들도 자기 토대가 좋으면 돈 많은 여자한테 장가가려고 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경제권을 쥔 여성들의 위상이 높아진 것 외에 남성들의 인식 변화도 엿보인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문화가 오히려 남성들로 인해 허물어져 가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토대’는 출신성분을 의미하는 것으로, 북한 당국은 3계층 50여 개 부류로 주민들의 계층구조를 세분화해 각기 다른 대우를 하는 차별정책을 여전히 시행 중이다. 출신성분이 좋지 않은 사람은 좋은 직장에 들어가거나 고위직에 오르기 어렵고, 이는 자녀들도 마찬가지다.

아울러 소식통은 “여성들은 남성을 먹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손전화기(휴대전화), 오토바이도 등도 사준다”며 “심지어 남자가 대학교 졸업하고 직업 구할 때 필요한 돈도 고여줘(바쳐) 직업까지 해주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러한 경향은 20~30대 젊은 여성에게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성세대는 능력 없는 남편을 떠받치는 시늉이라도 하며 참고 지내지만, 20~30대는 이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이야기다.

소식통은 “어려서부터 장사를 해온 능력 있는 20~30대 여성들은 딸라(달러)를 막 벌어들여 (가정 내 지위가 더) 세다”며 “젊은 세대들은 나이든 세대보다 남자를 고르는 것도 더 적극적이고 남편에게도 직설적으로 할 말은 한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잘사는 가정을 보면 여자들이 권력이 세다”면서 “그 집 아이(딸)들도 엄마 따라 보고 내우다 보니 세지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