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매체 “남북관계 파탄 뒤 혐오스러운 영화제작”… ‘백두산’ 겨냥?

영화 백두산 포스터. /사진=CJ E&M 홈페이지 캡처

북한이 자신들을 소재로 한 영화가 현실을 왜곡하고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특히 남북관계 파탄을 거론하며 영화에 대한 비난을 주력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 선전매체 아리랑메아리는 4일 ‘예술적 허구와 상상이 아니라 병적인 동족 대결 의식의 산물’이라는 글을 통해 “최근 남조선(한국)에서 현실을 왜곡하고 우리 공화국(북한)을 헐뜯는 내용으로 일관된 영화와 TV극을 비롯한 반 공화국선전물들이 방영되고 있다”며 “(이는) 참을 수 없는 모독일 뿐 아니라 우리 공화국에 대한 용납 못할 도발 행위”라고 했다.

또 다른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도 이날 ‘절대로 용납할수 없는 극악무도한 도발행위’는 글에서 “최근 남조선당국과 영화제작사들이 허위와 날조로 가득 찬 허황하고 불순하기 그지없는 반공화국 영화와 TV극들을 내돌리며 모략 선전에 적극 매달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근 북한을 소재로 한 TV 드라마와 영화 속 설정이 자신들의 현실을 왜곡했다는 이야기로 최근 종영한 tvN의 ‘사랑의 불시착’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는 휴전선에서 근무하는 군인들이 한국드라마를 보다가 경계를 소홀히 하는 모습 등이 나오며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을 판매하는 모습 등이 등장한다. 여기에 북한 내부에서 발생하는 각종 정치적 암투 등이 그려진 것이 북한의 심기를 자극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매체들은 드라마보다 영화에 조금 더 비중을 두고 비난을 하고 있다. 이는 최근 개봉했던 영화 ‘백두산’ 속에 북미 핵 협상이 마무리되고 대부분의 핵무기가 해체되는 장면이 담겨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에서 ‘정면돌파전’을 내걸면서 북미 대화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강조한 것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친미 굴종 정책과 군사적 대결 망동으로 북남(남북)관계를 다 말아먹고 돌아앉아서는 조선반도(한반도) 평화파괴의 책임을 남에게 넘겨씌우려고 이따위 혐오스러운 반북 대결 영화를 찬미하며 류포(유포)시키는 남조선 당국의 처사에 내외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아리랑메아리도 ‘예술적 허구와 상상이 아니라 병적인 동족 대결 의식의 산물’이라는 글을 통해 “남조선 당국은 이따위 모략 영화나 만들어 내돌린다고 해서 우리 공화국의 존엄과 권위를 깎아내리고 조선반도평화파괴의 책임을 남에게 넘겨씌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비난했다.

여기에 영화 속에 지진으로 인해 김일성 동상이 쓰려져 있는 장면도 북한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북한은 지난 김 위원장 암살을 다룬 미국 영화 ‘인터뷰’(2014)와 한국 영화 ‘강철비’(2017)에 대해 원색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