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자강도서 공개총살…산림화용 묘목 대신 심은 ‘이것’ 때문?

소식통 "北, 옥수수 심은 산림경영소 작업소장 '반역죄'로 처형...주민 모아놓고 총 9발 조준 사격"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 압록강변의 산중턱에 ‘산림을 애호하자!’라는 푯말이 세워져 있다.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자강도 고풍군에서 국가토지에 있던 묘목을 치우고 옥수수를 심어 재배한 군 산림경영소 작업소장이 공개처형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은 이번 사안을 전(全) 국토의 수림화·원림화를 강조해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침에 반하는 반역 행위로 보고 공개처형을 단행했다는 전언이다.

16일 데일리NK 자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4일 고풍군의 시장 앞에서 군(郡) 산림경영소 작업소장인 50대 남성 조모 씨에 대한 공개총살이 이뤄졌다.

이번 공개처형이 이뤄진 배경과 구체적인 전말에 대해 소식통이 전한 내용은 이렇다.

앞서 3월 자강도 인민위원회는 올해 식수절(3월 2일)에 식수할 묘목을 계획보다 적게 내보낸 고풍군 산림경영소에 대한 검열을 비밀리에 진행했다. 산림경영소는 매년 식수절마다 각 단위별로 식수구역에 심을 묘목을 관리·보장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도 인민위원회 검열에서 고풍군 산림경영소 작업소장이 지난해 봄 묘목작업반의 국가토지에 심어놨던 싹이 난 묘목을 모두 치우고 갈아엎은 뒤 그 자리에 ‘평양-12호’라는 옥수수 종자를 뿌려 그해 수확한 옥수수를 산림경영소 일꾼들과 가족들에게 배급하고, 남은 옥수숫대는 사업소에서 기르는 소 22마리에게 먹이로 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평양-12호’ 종자를 심으면 보통 한 옥수숫대에 2~3개의 옥수수가 달리는데, 일반 옥수수에 비해 속이 꽉 차고 송치(옥수수 이삭의 속) 끝까지 알이 충실하게 채워지는 것은 물론 옥수숫대의 키도 2배가량 커서 가축 사료로도 안성맞춤이라고 한다. 이에 산림경영소 작업소장 조 씨가 해당 종자를 평양에서 구해와 시범적으로 옥수수 재배에 나선 것.

이는 ‘식량 자급자족 실현’이라는 당의 기치에 부응하는 것이었으나, 부업지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묘목이 심겨져 있던 국가토지를 당국의 승인도 없이 뒤엎고 이를 옥수수 경작지로 활용해 문제가 불거졌다. 무엇보다 북한 당국이 산림화 정책을 내세우며 묘목 기르기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에 이 같은 행동은 더욱 문제시됐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북한 당국은 이번 사안을 ‘황폐화된 나라의 산림이 황금산, 보물산으로 전변될 때까지 모든 힘을 집중해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방침에 반하는 행위로 간주하고, 조 씨를 공개처형하기로 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실제 공개처형 당일 북한 당국은 15세 이상 고급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 학생들과 군 주민들을 시장 앞에 집합시킨 뒤 방송차를 동원해 ‘산림복구에 온 힘을 다하지 않고 제 배만 불린 것은 조국을 등지고 당을 배반한 반역죄’라는 내용의 사형선고문을 공고하고, 말뚝에 묶인 조 씨를 향해 총 9발을 조준 사격하는 방법으로 총살을 집행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소식통은 “이번 공개총살은 고풍군이 생긴 이래 역사상 처음이었다고 한다”며 “사업소 종업원들과 가족들은 처형장 맨 앞줄에 섰는데 이들은 울지도 못하고 처형 장면을 지켜봐야만 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