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서울방문 가능성 높아…변수는 남북합의 이행 속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남북 정상은 지난 9월 올해 세 번째로 열린 평양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안에라는 말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부연해, 연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북한 분야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김연철 원장은 22일 서울 서초구 통일연구원에서 진행된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김정일 위원장과 비교해 훨씬 담대하고 적극적이고 실용적”이라며 “(서울 방문)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다만 김 원장은 “평양정상회담의 합의사항들을 이행해야만 또 다음 정상회담에서의 합의를 발전시킬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현재 어려운 부분들이 적지 않다”며 “남북 간 합의의 이행 속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최근 미국 내에서 남북관계가 너무 앞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데 대해 “남북관계가 선도해야 한다는 주장과 한미 간 공동보조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은 서로 상충되는 것이 아니다”며 “한미가 공동목표를 추진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지금 과정에서 시차가 조금 발생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과장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한국과 미국이 ‘이번 기회에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반도 정세를 새롭게 바꿔나갈 수 있다’는 공통의 목표와 인식을 가지고 있는 만큼,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쟁점에 대한 입장차를 극복해나갈 수 있다는 게 김 원장의 이야기다.

그러면서 그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네 달 동안 강압적 비핵화 논리에 사로잡혀 실제적으로 진전할 수 있는 비핵화 조치에 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남북관계와 한미관계를 보완하며 북미관계를 진전시키도록 하는 한국 정부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해졌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다음은 김연철 통일연구원장과의 일문일답.

-현재의 가장 큰 관심 사안은 2차 북미정상회담의 개최 여부다. 미국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이 1월 초에 열릴 것이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어떻게 보나.

“일단 미국 중간선거 이후라는 것이 확인이 됐다. 또 1차 정상회담이 ‘만남’에 의미가 있다면 2차부터는 의제와 관련해 ‘성과’가 중요한 것 아니겠나. 그렇게 보면 언제 하느냐의 문제는 결국 실무협상에서 양측의 입장 차이를 빨리 조율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상황은 여전히 우선순위를 둘러싸고 북미 간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차이에 대해 서로 융통성 있게 조율을 해야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미국 입장에서는 중간선거도 있기 때문에 양보를 해서 얻는 방식보다는 가능하면 양보하지 않고 얻어내려는 게 있는 것 같다. 북한도 비핵화에 대한 자발적 조치들을 지금까지 나름대로 했다고 자평하고 있고, 지금부터는 상응조치가 어느 정도 제공돼야 진전할 수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중간선거 때까지는 진전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북미 간 협상이 갑작스럽게 진전되는 상황도 충분히 상정해 볼 수 있을까.

“지금 중요한 것은 원칙에 대한 합의다. 나는 그것을 ‘협력적 비핵화’라고 이야기한다. 6월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북미는 ‘새로운 관계를 수립한다’는 것에 합의한 것이고, 신뢰구축을 통해 비핵화 속도를 가속화하자고 한 것 아니겠나. 그런 원칙에 대한 상호합의를 확인하게 되면 조금 더 빨라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은 원칙 문제에 대한 합의가 덜 형성되면서 차이가 있지 않나 이렇게 생각한다. 특히 북한 입장에서 종전선언이나 제재완화 문제는 일종의 비핵화 상응조치로서의 의미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적대시 정책의 상징이라는 점이다.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변경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의지를 드러내달라는 것이고, 그 의지를 판단하는 의제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변화가 없다면 추가적인 비핵화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 같다.”

-최근 북한은 대북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피력하고 있다.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나.

“일단 제재라는 것은 관계정상화와 관련된 구성요소다. 통상적으로 관계정상화라고 했을 때는 외교관계와 경제관계를 이야기한다. 그 두 가지는 분리해서 접근하기 어렵다. 제재, 즉 경제관계를 정상화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관계정상화를 하지 않겠다는 맥락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것이 북한 입장에서는 선(先)비핵화 논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싱가포르 합의문의 정신하고는 거리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그 부분에 대한 미국 내부의 입장정리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종전선언에 대한 북한의 요구는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북한 협상전략의 변화로 볼 수 있을까.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 사실은 다 연결돼 있다. 종전이라는 것은 적대적 관계를 끝내자는 것 아니겠나. 적대적 관계를 상징하는 몇 가지 요소들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제재다. 종전선언이나 제재완화나 대체적으로 보면 ‘관계’와 관련된 부분이다. 그러니까 적대적인 상태를 계속 규정하느냐, 적대적 상태를 그만두고 새로운 관계정상화,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느냐하는 선택인 것이다. 제재를 유지하면서 외교관계를 진전시키기 어렵고, 테러지원국과 연락사무소를 만들 수가 없으며, 적성국과 수출제재를 완화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 부분에 대한 입장정리가 되어 있지 않음으로 인해 상응조치 없이 비핵화를 계속 진전하기 어렵다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라고 봐야한다.”

-북한의 추가적인 조치를 요구하려면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미국의 입장정리도 필요하다는 말인가.

“그렇다.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와 새로운 미래를 어떻게 제시할 것인지의 문제다. 그것은 조건부로 제시해도 된다. 북한이 비핵화를 이 정도 진전시켰을 때 미국은 새로운 관계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 제시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그렇게만 하더라도 나름대로 진전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 / 사진=데일리NK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는 시각은 여전하다. 북한이 앞서 취한 조치들이 비핵화의 진정성에 대한 가늠자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나.

“그 부분은 결국 신뢰의 문제다. 과거 북핵 협상을 돌이켜봤을 때 과연 북한을 신뢰할 수 있느냐인데, 사실 신뢰라는 것은 전제돼 있지 않다. 결국 우리가 믿지 못하기 때문에 합의를 하고, 그 합의도 아주 구체적인 방식으로 하는 것 아니겠나. 신뢰라는 것은 결국 합의를 이행해나가면서 불신의 비중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북한은 지금 비핵화에 대해서 중요한 두 가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먼저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 그것은 미국이나 우리가 생각하는 비핵화와 동일한 개념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트럼프 1기 임기 내에 비핵화를 완료하겠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목표시한을 정했다. 2년 여가 남은 트럼프 임기 종료 시점까지 마치겠다고 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목표까지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방법론을 논의하면 된다. 6월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에 벌써 네 달이 훨씬 지났는데, 네 달 동안 강압적 비핵화 논리에 사로잡혀 있음으로 인해 실제적으로 진전할 수 있는 비핵화 조치에 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현재의 국면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남북미 삼각관계에서 2018년 평창프로세스 시작 이후 평화프로세스로 진행하는 과정을 보면 늘 남북관계가 선도하는 측면들이 있었다. 1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과정이나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등도 결국 남북관계에서 북한의 의지를 확인하고, 북한의 의지를 미국에 전달하고, 미국이 그것을 확인하고, 진전하는 방식이다. 그런 차원에서 지금 현재의 교착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남북관계와 한미관계를 보완하면서 북미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미국에서 ‘남북관계 진전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 속도를 맞춰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

“남북미 삼각관계에서 남북관계가 선도돼야 한다는 주장과 한미 간 공동보조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은 서로 상충되는 게 아니다. 북미관계와 비교해 남북관계가 서너 걸음 더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제재 문제도 있고, 한미 간 대북정책을 둘러싼 협의의 방식도 있기 때문이다. 선도한다는 것은 한 걸음 정도 빨리 나가면서 결국에는 미국과 한국이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니겠나. 지금 현재 여러 쟁점에 대해 입장차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한미 간에는 입장 차를 극복해내는 다양한 네트워킹이 있다. 고위급은 고위급대로, 실무급은 실무급대로, 전문가는 전문가대로 차이를 조율해나가면서 공동목표를 추진하고 있는 단계기 때문에 지금 과정에서 시차가 조금 발생할 수는 있지만, 시차를 과장할 필요는 없다. 확실한 것은 한미가 이번 기회에 비핵화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반도 정세를 새로운 미래로 바꿔갈 수 있다는 공통의 목표와 인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이다. 가능성과 시기를 어떻게 보나.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김정일 위원장과 비교해보면 훨씬 담대하고 적극적이고 매우 실용적이다. 또 약속을 한 것 아닌가.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정상회담이라는 것은 평양정상회담의 합의사항들을 이행해야만 또 다음 정상회담에서의 합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 아니겠나. 그런 차원에서 지금 여러 어려운 부분들도 적지 않다. 남북 간 합의를 조금 더 이행하기 위한, 이행 속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본다.”

-남북 간 교류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통일연구원 차원에서도 북측과 학술교류를 계획하고 있나.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나서 학술교류가 시작됐다. 중국 연변대학에서 북한도 참여하는 다자간 학술회의도 얼마 전에 있었다. 나 역시도 선양(瀋陽)에서 민주평통이 주최하는 회의에서 북한 조국통일연구원에서 오신 분들과 토론을 주고받기도 했다. 남북학술교류가 지금은 중국을 매개로 해서 열리고 있는데, 조금 더 진전이 되면 양자 간에도 학술교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통일연구원은 북한 조국통일연구원에 통일문제에 대한 공동연구를 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앞으로 관련부처와 협의를 해나가면서 논의를 구체화시킬 계획이다.”

-통일문제 연구에 있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일단 통일 개념에 대한 세대 간의 차이를 조율하는 것, 세대 간의 대화가 굉장히 중요하다. 통일연구원 구성 자체만 보더라도 세대 차이가 있다. 젊은 박사도 있고 퇴직을 앞둔 박사도 있다. 연배로 치면 20년 이상 차이가 나는 분들도 있어서 내부적으로 토론을 더 활성화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래서 각종 회의를 가능하면 세대 간 균형을 맞춰서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조금 더 긴 호흡에서 의견 차이를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초당적 합의다. 그런 차원에서 통일연구원도 여야를 떠나 어떤 주제를 놓고 세미나를 하는 등의 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 하나의 방향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합의하는 과정이 중요한 것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