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북미 대화 존중 기조하에서 한반도 문제 역할 확대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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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 전 기념촬영을 한 뒤 회담 테이블로 이동하고 있다. / 사진=연합.

한국을 방문 중인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패권주의 행동이 국제 질서를 해치고 있다며 미국을 겨냥해 비판했다. 또 왕 위원은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존중하고 해결해줘야 한다”고도 밝혔다. 미중 간 무역 협상과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있는 가운데 미국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북한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4일 서울 도렴동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조미(북미) 싱가포르 회담에서 도출된 주요 합의는 반드시 실천돼야 하며 조선(북한)의 안보와 발전에 관련한 합리적 관심사는 중시되고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북한의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태환 세종연구소 명예연구위원(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왕 위원의 북한 안보우려에 대한 언급은 기존 중국의 입장과 일치한다”며 “다만 북한 비핵화 문제에 있어 안보 문제에 대한 해결이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합리적’이라는 수식어가 북한을 편들면서 더욱 강화된 북중 연대를 나타내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사실은 새로워진 것이 없는 기존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6월 방북 당시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중국은 계속해서 반도(한반도) 문제의 정치적인 해결을 지지한다”며 “중국은 조선이 자신의 합리적 안보 및 발전에 관한 관심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힘 닿는 한 도움을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히려 이 위원은 왕 부장이 미국을 겨냥해 비판한 것이 북한을 의식한 발언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왕 위원은 회담 시작 전 모두 발언에서 “중국은 나라가 크든 작든 모두가 평등하다고 본다”며 “국제관계의 민주화를 주장하며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괴롭히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입장을 미국과 한국에 전달하면서 동시에 중국이 미국의 입장을 북한에 전달하는 중재자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발언이라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왕 부장이 이번 방한에서 비핵화 협상에서의 북한의 기존 입장을 강조하자 북한이 주장하는 ‘새로운 길’이 북중러 밀착을 통한 새로운 외교정치적 전략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말하는 새로운 길이란 군사적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한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북한과 중국, 북한과 러시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신뢰 관계가 깊지 않다”며 “새로운 길이란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해 새로운 외교 관계를 만들어가겠다는 것보다는 군사적 도발에 방점이 있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방호범 중국 산동대학교 교수도 북한이 주장하는 ‘새로운 길’의 의미에 대해 “자력갱생의 강조와 함께 군사적 부분의 강화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방 교수는 “최근 조선의 군사 행동이 많아진데다 내부 이야기를 들어보면 조선은 미국에 대한 불만이 많고 한국에 대한 기대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곧 개최될 제5차 전원회의에서는 군사적 문제에 대한 공식적 명시가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 위원은 “중국은 북한의 무력 도발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길을) 가길 바라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북미 협상이 쉽게 되지 않는다는 점도 잘 알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확대하려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 장관과 왕이 부장은 비핵화 문제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측이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할 수 없다. 한반도의 평화는 유지되어야 하며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에 인식을 같이 했다”며 “미국과의 비핵화 회담이 우선이라는 기본적인 입장을 견지했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왕 부장의 방한 일정을 통해 이달 하순 중국 청두에서 진행되는 한중일 정상회의 기간 동안 문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을 별도로 만나는 방안과 내년 초 시 주석의 방한 문제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위원은 “사실 지난 6월 시 주석이 평양을 방문한 뒤 방한이 이뤄졌어야 했는데 연내에 이뤄지지 못했다”며 “내년 초 시 주석이 방한한다면 북핵 이슈를 비롯해 포함해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고자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