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력에 맞대응’하겠다는 북한군, 정작 내부서는 ‘전기절약’ 투쟁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 압록강변의 북한 군인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군이 이달 초부터 ‘전쟁 준비 완성’을 목표로 ‘2020년 동기훈련’에 돌입한 가운데, 최근 각 군에 병실 내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라는 지시가 하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당국이 만성적인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잇따라 ‘전기절약’을 강조하는 것의 연장선으로, 미국의 ‘무력 사용’ 발언에 북한이 ‘맞대응’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전력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내부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 3일 총참모부에서 각 군에 병실 전기 조명 관리를 직일군관이 완벽 통제하라는 지시가 하달됐다”면서 “저녁 점검 후 21시 50분만 되면 직일관이 모든 조명을 끄는 체계를 세울 데 대한 명령이 내려온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예전엔 병실 조명 관리는 자체적으로 담당했다. 이는 언제 어디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보면 필수적인 요소다. 또한 동기훈련 같은 경우엔 불시에 상급 군인이 하급 군인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훈련을 지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작용했다.

소식통은 “저녁 점검 후 불필요하게 전기를 켜는 행위를 원천 차단해서 절약해 보겠다는 건데, 사실 비정상적인 조치가 이뤄진 것”이라면서 “열악한 전력 사정이 이번 지시에 다시 한 번 드러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하루 6시간 정도만 전력이 공급돼서 전술 모의실험 등 각종 기기를 사용해야 하는 전문 훈련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최고사령관(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실용적 실전훈련’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현지에서는 말로만 떠들어대는 ‘형식적 모의훈련’만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지시로 인해 이른바 김 위원장의 ‘위대성 교양 사업’도 차질을 빚게 됐다.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는 예기치 않은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소식통은 “낮에는 훈련에 매진하고 밤에 말씀 통달 및 명언 암기를 하곤 했는데, 별수 없이 진행하지 못하게 됐다”면서 “이에 이제 막 구분대에 배치된 신입 병사들은 저녁에 통잠을 자게 됐다고 안도의 숨을 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상급 병사들은 저녁에 훈련도 제대로 못 시키고 교양도 제대로 못 시키는 데에 불안감을 표시하고 있다”면서 “향후 훈련총화(평가)에서 내놓을 만한 성과가 없고, 이에 따른 처벌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박정천 총참모장은 4일 ‘필요시 군사력을 사용할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만약 미국이 우리를 상대로 그 어떤 무력을 사용한다면 우리 역시 임의의 수준에서 신속한 상응행동을 가할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밝힌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