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Out NK] 北, 왜 돌연 전단 살포를 빌미로 대남 협박?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대북 전단(삐라) 문제를 지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담화를 읽고 있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막말을 동원한 북한의 좌충우돌(左衝右突)식 협박에 대해,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인 한국 정부가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右往左往)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6월 4일 김여정의 담화를 통해 ‘똥개’ ‘쓰레기’ “나는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못 본 척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더라”는 등 거친 표현을 사용하여 한국 국민과 정부에 대한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다음 날에는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통일전선부 대변인이 “김여정 지시에 따라, 할 일도 없이 개성공업지구에 틀고 앉아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부터 결단코 철폐하고, 연속해 이미 시사한 여러 가지 조치들도 따라 세우자고 한다”라고 위협했다.

이어 “김영철 부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남사업부서 총화회의(6.8)에서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단계별 대적 사업 계획들을 심의하고 우선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 연락선들을 완전 차단해버릴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선중앙통신사 보도’ 형식으로 “6월 9일 (낮) 12시부터 북남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유지해 오던 북남 당국 사이의 통신연락선, 북남 군부 사이의 동서해통신연락선, 북남 통신시험 연락선, 조선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 통신 연락선을 완전 차단하게 된다”고 발표, 대남 압박을 위한 실제 행동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연일 지역별, 단체별로 군중 집회를 개최하여 ‘괴뢰 패당을 죽탕쳐(짓이겨) 버리자!’ ‘인간 쓰레기인 탈북자들을 찢어 죽이자’라는 등 극언을 사용해가며 북한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고 있다. 나아가 김 제1부부장은 13일 “대적행동 행사권을 군에 줄 것”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 등의 ‘군사행동’을 시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북한이 최근 보이는 일련의 대남 강경 행태는 다음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북한은 왜 대남 강경 모드로 전환했는가? 이고 둘째, 한국(정부)이 그들 의도대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과연 어느 수준까지 도발할 것인가? 이다. 차례로 짚어 본다.

1. 북한은 왜 대남 강경 모드로 전환했는가?

북한이 최근 탈북자들의 전단살포를 시비하면서 한국을 협박하는 것과 관련, 많은 전문가는 대북 전단은 핑계일 뿐이고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비롯된 경제난과 북미 회담 교착 상황을 풀어나가기 위한 행동으로 평가하고 있다. 상당히 타당한 견해이긴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실망감과 불만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외 선전 매체 ‘메아리’는 “현 남조선 당국이야말로 북남 관계에서 그 무엇을 해결할 만한 초보적인 능력과 의지도 없는 무지·무능한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도 “(문 대통령의 선순환 발언과 관련) 지구상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도무지 이해도 납득도 되지 않는 달나라 타령”이라며 “그 자체가 무지와 무능의 극치”라고 했다. 왜 이런 표현을 사용했을까?

북한의 체제목표는 한국을 무력으로 점령하고, 그 업적을 바탕으로 해서 김일성을 시조로 하는 왕조를 건설하는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권이 추진하는 ‘화해와 번영’을 기조로 하는 대북정책이 자신들의 체제목표를 달성하는 데 유용한 디딤돌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런 이유로 해서 김정은은 판문점에서의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문 대통령 내외를 평양에 초청하고 백두산 등정도 함께 했던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에 응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남조선 집권자’는 자신들의 전략적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경제적 지원’이니, ‘선순환’이니 하는 등 생뚱맞은 발언만을 하고 있으니 「무지(無知)」라는 용어를 동원해서 비하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김여정은 “(대북 전단살포라고 하는) 광대놀음을 저지할 법이라도 만들고 애초부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못하도록 잡도리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는 대통령이 결심만 하면, 이른바 ‘한 줌도 안 되는’ 탈북민들의 불순한 행동을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의 표시이다. 더욱이 4·15총선에서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여 개헌 이외에는 모든 현안을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지 않았는가?

이처럼 막강한 권력을 쥐었는데도 불구하고, 탈북민을 통제하지 못하고 더 나아가 미국 눈치를 보느라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으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북한 통치자의 눈으로 볼 때- 문재인 대통령은 「무능(無能)」 하게 비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전단살포 방치를 구실로 문 대통령을 ‘무지·무능하다’라고 비난하면서, 이런 평가를 받지 않으려면 자신들이 의도하는 대로 대북정책을 추진하라고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최근 대남 협박의 본질적인 의도라고 할 수 있다. 이쯤에서 한국 대통령을 무지·무능하다고 비난하는 북한 당국자에게 한마디. 지구상에서 가장 빈곤한 체제로 전락시킨 「무능」한 정권이 교역량 세계 10위권의 한국 국민이 선출한 한국 대통령을 「무지」하다고 비판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더불어 대통령이 자의적(恣意的)으로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무능」하다고 폄하하는 것은,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모르는 「무지」의 소치이다. 무엇보다 막말로 상대를 비난하는 것은, 결국 ‘누워서 침 뱉기’가 될 뿐이다.

최근 대남 압박에 나선 또 한 가지 중요한 저의. 이번 대남 압박의 중심에는 김여정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그녀의 위상을 높임으로써 평소에는 김정은의 분신으로서, 그리고 후계자가 확정되기 전에 김정은 유고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자연스럽게 ‘중계 후계자’로서의 역할을 담당케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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