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급중학교 1학년 영어 교수진행표 수정…달라진 교육 목적은?

北 '과학기술 세계적 추세 따르기 위함' 명시…소식통 "어린 학생들 사상교양 목적"

북한 학생
북한의 학생들이 컴퓨터 수업을 받고 있다./ 사진=조선의오늘 홈페이지 캡처

북한 고등교육성의 지시에 따라 교육과학원 학전연구실이 2021년 초급중학교(우리의 중학교에 해당) 1학년 영어 과목 교수진행표에 담긴 교육목적을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학·기술 인재 육성 차원에서 영어를 가르친다는 점을 강조해 학생들을 사상적으로 교양하려는 목적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23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교육과학원 학전연구실은 설명절 직후 고등교육성의 지시를 받아 2021년 초급중학교 1학년 영어 과목 교수진행표를 수정하면서 영어교육의 목적을 순수 자연과학 및 기술지식 심화 차원에서 세계적인 추세를 따르기 위한 것이라고 명시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영어교육 목적은 세계적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당의 교육테제를 관철하기 위함이라고 돼 있었는데, 올해는 교육과학원 학전연구실과 고등교육부 비상설심의위원회가 과학·기술 인재 육성을 위한 영어교육의 목적을 새로이 밝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영어교육이 자연과학 및 기술지식을 습득하는 데 필요한 도구적 과정이라는 점을 밝혀 자라나는 새세대인 초급중학교 1학년 학생들을 사상적으로 교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소식통은 “현재 교원들 속에서는 올해 영어교육의 목적을 수정한 것을 두고 미국은 우리와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철천지 원쑤(원수)라는 계급교양이 모든 과목에 반영되는데 그런 미국의 언어를 가르치는 것에서 주적관념을 확고히 세우고 어린 학생들이 미국에 대한 환상을 갖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북한은 이번 교수진행표 수정 지시를 내리면서 세계 과학기술 발전 전망에 대해 언급하고 이러한 세계적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영어를 가르친다는 점을 초급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강하게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은 수정된 교수진행표에 영어는 미국만이 쓰는 독점적 언어가 아니며 국제 공통언어라는 점을 덧붙이도록 했는데, 이 역시 새세대인 초급중학교 1학년생들이 미국을 동경하거나 추종하지 않도록 교양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영어 과목 교수진행표 수정은 ‘영어교육이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면서 사회주의 부강국가를 건설하는 데서 세계 선진기술을 습득하고 국제적 교류를 발전시키는 주체형의 과학·기술인재 양성을 위한 기초적 학습’이라는 북한식의 사상교육을 한 단계 심화시키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한편 북한은 8차 당대회에서 언급된 ‘과학·기술 인재 육성’ 정신을 반영한 이 같은 영어교육의 목적을 교원들이 첫 수업 시간에 구체적으로 밝히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달라진 교수진행표에 따라 초급중학교 1학년생들을 가르치는 전국의 교원들은 새 학년도 영어 수업 첫 시간에 고등교육부 비상설심의위원회에서 설정한 20분간의 사상교육 주입 시간을 의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