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잡이’ 노릇하는 브로커들…“아무도 못 믿는다” 불신 커져

보위기관 등에 업고 신고 협박하며 송금액 80% 갈취하는 배짱 수탈까지…공포와 불만 확산

북한 함경북도 무산군의 살림집. /사진=데일리NK

북한 보위기관이 탈북민들과 연락하거나 돈을 전달받는 탈북민 가족에 대한 감시와 단속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외부와의 연결 창구가 되는 브로커들이 보위원들의 ‘앞잡이’ 역할을 수행하면서 탈북민 가족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9일 데일리NK에 “보위원들이 브로커들을 활용해 탈북민 가족들을 감시하고 단속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최근에는 브로커의 신고로 체포된 주민이 공개재판에 넘겨져 교화소에 가는 일도 발생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김책시의 한 주민은 한국에 정착한 가족이 전해 온 돈을 수령하기 위해 국경 지역의 브로커를 찾아갔다가 잠복하고 있던 보위부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그는 전달받은 돈을 모두 빼앗겼을 뿐만 아니라 공개재판에까지 회부됐는데, 가족들이 상당한 액수의 뇌물을 마련해 바친 끝에 겨우 장기 수감은 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예전에는 브로커가 탈북민 가족들의 생계를 돕는 통로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그 누구도 믿어선 안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브로커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며 “브로커가 포상금을 노리고 보위부에 탈북민 가족들을 넘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보위원들이 이처럼 브로커를 내세워 탈북민 가족들을 단속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만 최근에는 브로커들이 보위원을 등에 업고 탈북민 가족들을 협박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공포와 불만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실제로 일부 브로커들은 전체 송금액의 15~20% 정도만 건네는 식으로 탈북민 가족들의 돈을 가로채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으로는 송금액의 약 40%를 송금수수료로 떼고 나머지 60%를 전달했지만, 신고를 빌미로 겁박하며 대놓고 80% 이상을 가로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브로커들이 ‘가족에게는 돈을 다 받은 것으로 말하라. 그렇지 않으면 당장 보위부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한다”며 “탈북민 가족들은 브로커들이 보위부와 연결돼 있다는 점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지도 못하고 눈 뜨고 돈을 떼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한편, 함경북도 일부 국경 지역 보위원들은 탈북민 가족들을 찾아가 “탈북한 가족이나 친척으로부터 돈을 받을 일이 있으면 우리에게 먼저 알리라”면서 자신이 관리하는 브로커를 연결해 주는 식으로 송금 과정을 직접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는 탈북민 가족이 브로커를 통해 외부와 연락하는 과정에서 국가 비밀이나 내부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일차적으로 막으려는 목적도 있지만, 역으로 한국이나 해외에 있는 탈북민의 신원 및 연락처 등 신상정보를 수집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보위부와 브로커가 한패가 되어 탈북민 가족들의 피 같은 돈을 갈취하고 일상까지 죄어오고 있다”며 “탈북민 가족들은 ‘이제는 목숨을 걸고 돈을 받아도 남는 게 없다’며 한탄하면서도 생계 때문에 연락을 아예 끊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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