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절 맞아 “평양시민에 올사과 공급” 지시…농장일꾼들 ‘당혹’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5월 4일 “애국의 마음 안고 키낮은 사과나무 접그루 생산을 다그치고 있다”면서 대동강과수종합농장 내부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정권수립일(9·9절)을 맞아 대동강과수종합농장에 평양시민들에게 공급할 올사과를 보장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수도 시민의 생활 개선에 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언급과 연관된 행보로, 국가명절을 맞아 공급을 단행하면서 민심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평양 소식통은 9일 데일리NK에 “이번 9·9절을 맞으며 국가가 대동강과수종합농장에서 생산된 올사과를 평양시민에 공급할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며 “농장 현지 일군(일꾼)들은 형편없이 모자라는 생산량에 당황하는 분위기를 보였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대동강과수종합농장은 올해 장마피해로 다수의 사과 알들이 익기 전에 나무에서 떨어져 나갔고, 태풍피해까지 겹치면서 수확고가 현저히 떨어진 상태다.

북한 당국은 이 같은 농장의 실태에는 안중에 없이 무작정 9·9절을 맞으며 평양시민 매 세대들에 올사과 1kg씩을 공급하라고 지시해 농장 일꾼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이곳에서는 지난 2015년 북한에서 ‘조국해방일’이라고 일컫는 광복 70주년 때 수백 톤의 첫물 사과를 공급하기도 했는데, 그 이후에는 시험포전을 제외한 밭의 토양 산성화가 심해지고 병해충 피해가 커 주민공급을 해오지 않았다고 한다.

소식통은 “농장에서는 해마다 중앙당 재정경리부 등이 지적해주는 단위들에 보장해주는 정도로만 일을 해왔다”며 “현재 전국 각지의 과일농사가 잘 안 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일인데 갑자기 이런 황당한 지시를 내리니 일군들이 난감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 당국은 이번에 오는 10월 10일 당 창건일에는 평양시민들에게 사과단묵(젤리)이나 사과말림 등을 비롯한 다양한 사과 가공식품을 보장할 수 있게 준비하라는 지시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실은 이마저도 불가능해 농장의 간부들은 눈앞이 아찔한 상황을 맞고 있다.

소식통은 “간부들은 쩍하면(걸핏하면) 일을 잘못한다고 해임, 철직시키는 판인데 또 일을 잘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해임, 철직이니 뭐니 하는 문제로 상황이 커질까 걱정하고 있다”면서 “농장의 실정을 상급에 보고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했다.

한편 북한 당국은 이번 9·9절을 맞으며 전국의 모든 과수농장에 지표별 생산량을 가지고 사회주의 경쟁(생산력 증대를 도모하기 위해 행하는 집단 경쟁)을 붙여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농장의 일꾼들은 “말이 경쟁이지 총화 사업을 단단히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등 비판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