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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프리처드 전 미 국무부 한반도 담당대사는 11일 “4차 6자회담이 열려도 북.미 모두 강경 입장을 고수, 협상이 결렬돼 미국의 대북 압박 돌입 가능성이 아주 높다”면서 한국이 총력을 다해 대북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프리처드 전 대사는 이날 제주 신라호텔에서 가진 연합뉴스 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외교적 해결 방침을 천명했지만 4차회담이 실패하면 신속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등 다른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며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또 오는 14일 방한하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에 대해 ”협상력이 탁월하고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움직일 수 있는 인물“로 평가한 뒤 ”북한도 그를 초청하는 등 힐 차관보와의 관계 정립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미.북 양자회담’ 주창론자인 프리처드 전 대사는 1차 6자회담 개최 직전인 지난 2003년 8월 부시 행정부의 대북 대화 의지 부족을 비판하며 사임, 파문을 일으킨 바 있으며 현재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으로 있다.
다음은 프리처드 전 대사와의 일문일답.
— 제4차 6자회담이 열려도 북핵협상 타결이 어렵다고 말했는데.
▲미.북간 접근방식에 변화 조짐이 없는 상황에서 4차회담이 열린다면 미국은 양보는 커녕 양자 대화 조차 꺼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 해 6월 제3차회담에서 북측에 제시한 것에 대한 북측의 답변을 들을 차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4차회담 결렬시 예상되는 수순은.
▲4차회담이 7월에 열린다해도 3차회담 후 13개월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미국은 더 이상 이 같은 인내심을 가지려 하지 않고 신속히 유엔 안보리 회부,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일본 정부를 움직여 대북 송금 중단, 위폐.마약거래.돈세탁 등 불법행위 집중 단속 등 합법적인 다른 조치들을 취하는 등 대북 압박에 돌입할 것이다.
— 북한은 어떻게 대응할 것으로 보나.
▲어떻게 나올지 점칠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은 유엔 제재 문제에 대해서는 반응을 보일 수 있어도 미국이 합법적인 틀에서 주도할 위폐,마약 거래 단속, PSI 등 다른 보복 조치들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대응을 할 수 없을 것이다.
— 한국의 반응은.
▲한국은 미국에게 ’도발적이거나 북 자극하는 행동 주의’ 또는 ’일방적인 군사옵션 반대’ 등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그러나 북한이 미국의 강경대응에 대해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 강경 조치로 대꾸하지 않을 경우 대응 방향을 놓고 입장이 더 난처해질 수 있으며 이런 과정에서 북한을 시종 압박하려는 미국과의 관계가 더 악화될 수 있다.
— 한국 정부에 권고할 말은.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6.15 행사와 장관급 회담에서 북측에 강력한 입장을 전하는 등 총력으로 북한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6자회담 결렬시 자칫 파국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북한 당국과의 두 차례 회동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한국은 4차회담 개최시 성패의 경우와 미국의 강경기조 정책 전환과 북한의 예상되는 대응 등 여러 경우의 수에 대비해 각각의 종합 전략을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
— 북핵 협상 타결의 전망이 전반적으로 비관적인가.
▲낙관적인 측면은 힐 차관보가 (전임자인) 제임스 켈리와 달리 협상력이 탁월하고 라이스 국무장관이나 부시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켈리 전 차관보는 협상 경험 부재외에 백악관 등의 집중 견제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힐은 (보스니아 담당 특사를 지낸 리처드 홀부르크의 보좌관으로) 내전을 종식시킨 데이턴 평화협상에서 역량을 발휘한 협상가로 라이스도 설득할 수 있는 인물이다.
— 이런 배경에서 힐 차관보가 이끄는 대표단 방북을 제안했나. 실현 가능성은.
▲부시 대통령이 거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협상 목적이 아닌 베이징에서 열릴 4차회담을 앞두고 평양 당국자들과 접촉, 얼굴을 익히거나 경험을 쌓고 전략을 개발하기 위해서라도 대표단의 북한 파견은 필요할 것이다.
또 라이스 국무장관도 북핵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고 있다. 북한도 힐 차관보의 역량이나 정부내 위상 등을 고려해 그와의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