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연속 풍수해 北들녘 오랜만에 ‘풍년’ 기대

2004년부터 작년까지 4연 연속 각종 풍수해에 시달린 북한이 올해 여름과 초가을은 ‘무사히’ 넘김으로써 만성적인 식량난에 그나마 다행스러운 상황이다.

지난달 방북했던 대북지원 민간단체 관계자들은 북한 관계자로부터 “올해는 대풍”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북한 매체들은 올해 작황을 밝히지는 않고 있으나 북한 당국이 연일 노동당 조직을 “총동원”해 “가을걷이 전투”를 독려하는 모습을 전하고 있다.

국내 북한농업 전문가들은 8일 벼 이삭이 패는 시기에 한반도의 날씨가 좋았고 태풍의 영향도 거의 받지 않은 점을 들어 북한의 곡물 수확이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그러나 올해 남측의 비료지원이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북한의 비료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에 풍년을 낙관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선임연구위원은 “벼 수확은 지난해보다 확실히 좋겠지만 옥수수 농사는 시비가 적었을 뿐 아니라 수확기 가뭄이 들어 오히려 지난해보다 못할 것”이라며 “종합적으로 보면 풍년은 아니고 지난해보다 조금 나은 정도”라고 추정했다.

그는 특히 “옥수수는 채 익기 전 거둬들인 양도 만만치 않다”면서 “관광객들은 북한에서 비교적 사정이 좋은 지역을 보기 때문에 (그들의 목격만으로) 풍년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사단법인 통일농수산사업단의 장경호 정책실장 역시 “지난해보다 기상 여건이 좋아 5~10%의 증산 효과를 보겠지만 올해는 남측에서 그동안 지원해온 30~35만t의 비료가 공급되지 않아 정확한 생산량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방북했을 때 낟알의 속이 꽉 차 있었고 북한 관계자로부터 대풍이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이같이 말하고 “최근 북한의 자체 비료 생산이 조금 늘어난 점도 고려하면, 홍수 피해가 났던 지난해 곡물 생산량 400만t보다는 많겠지만 2005~06년 수준인 450만t을 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드비전 한국’의 대북 종자개량 사업에 참여한 서울시립대 이용범 교수도 “벼농사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비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았던 옥수수 생산량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크다”며 “비료 공급량이 워낙 적어서 지난해 대비 10~50만t 소폭 증산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통일농수산정책연구원의 김운근 원장 역시 “비료 30만t이면 곡물 90만t의 증산 효과를 보는데 비료 부족이 문제”라면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서 실시하는 현지 작황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북한의 올해 작황을 예년과 비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북한 당국과 합의하에 농업 전문가 6명을 북한에 파견, 황해북도와 평안남도 등 6개 지역에서 작황을 조사, 내달 발표할 예정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이 올해 북한의 곡물 수확량을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가운데 대북인권단체 ‘좋은벗들’의 이사장인 법륜 스님은 지난 7일 대북 식량지원 국민서명 운동 결과 보고식을 가진 뒤 “북한의 작황이 괜찮다고 하지만 올해 비료가 없었고 땅을 깊게 갈지도 못해 쭉정이가 많다고 한다”며 올해 작황을 좋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의 올해 곡물 작황이 지난해보다 다소 낫더라도 만성적인 식량난에 처한 북한의 내년 식량 전망은 여전히 어두울 뿐 아니라 올해보다 더 안 좋아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권태진 연구위원은 “북한이 올해 식량난을 겪으면서 곡물 재고분을 거의 다 써버렸기 때문에 내년 3~4월 이후에는 올해보다 식량사정이 더 안 좋을 것”이라며 “50만t의 대북 식량지원을 약속한 미국을 제외하고는 국제사회의 지원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장경호 실장도 “북한이 유사시에 대비해 비축해둔 식량의 일부를 풀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럴 경우 “내년 비축분을 다시 채워넣어야 하기 때문에 식량사정이 눈에 띄게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연간 식량 생산이 450만t 정도인데 수요는 최소 510만t에서 650만t 사이라며 “올해 증산덕분에 내년 상반기 식량사정은 일시적으로 호전되겠지만 만성적인 식량부족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적인 경기불황의 여파에 대해선 “올해 상반기 치솟았던 식량가격이 최근 수확기를 맞아 하락했고, 한국과 미국을 제외한 외국의 대북 지원량이 10만t 내외의 소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불황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대체로 일치되게 진단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