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북미정상회담의 성사를 위해서는 미국과 북한이 교환할 수 있는 ‘패키지’를 더욱 키울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한국이 내용적 측면에서 미국도, 북한도 설득할 수 있는 협상안을 만들기 위해 물밑에서 부단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통일부 주최·세종연구소 주관으로 열린 ‘2019 한반도국제평화포럼’에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는 해법과 관련, “미국에는 영변 플러스 알파, 북한에는 제재 일부 완화에 안전보장을 합치면 문제는 쉬워질 수 있다”며 북미 양측이 서로가 받아들일 수 있는 더 큰 교환 카드를 제시해 협상을 시도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교수는 먼저 “미국에게는 영변 플러스 알파, 알파에는 하노이 회담 마지막에 최선희가 달려왔을 때 담았을 수 있는 핵물질 생산하는 모라토리엄을 집어넣을 수 있다”며 북한 입장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와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라는 패키지를 미국에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에 제재의 일부 완화와 안전보장 조치를 담은 패키지를 제시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에 주는 것은 제재 일부 완화인데, 다섯 개가 힘들면 세 개, 세 개가 힘들면 개성·금강산을 하고 대신 안전보장과 관련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의한 체제보장이나 평화조약과 같은 것이 합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금 (미국과 북한이) 기싸움을 하고 있어서 한국이 풀어내야 하는데, 문제는 한국이 죽어가는 이 협상 테이블을 새로 살리는 것이 북한에는 미국 편을 드는 것처럼 보이고 미국에는 북한 편을 드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라며 “우리도 빌드업(Build-up)을 하는 작전을 노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여전히 기회의 창은 열려있다”면서 “2018년에는 우리가 북한과 미국을 만나게 하는 중재자였다면 지금은 미국도 설득하고 북한도 설득하는 내용적 중재를 할 때가 왔다. 물밑으로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면서 (내용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포럼 기조연설을 위해 자리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질의응답에서 “북미 모두 나름대로 하노이 회담에 대한 평가에 바탕을 두고 새 협상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술적 쟁점에 대해서 좁혀나가기 위해 일정 시간이 필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대화를 조속하게 재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시 주석의 방북에 따른 5차 북중정상회담과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계기 미중정상회담, 한미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리는 점을 언급하며 “모든 정상회담들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3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환경조성”이라며 “국제사회가 함께 다시 협상이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장관은 “톱다운 외교의 장점을 잘 살려 나가면서 구체적인 차이들을 좁히기 위한 다양한 수준의 실무회담도 병행해서 해야 할 것”이라며 실무협상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앞서 기조연설에서도 “정상회담의 성과를 위해 실무협상의 역할도 중요하다”면서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실질적인 비핵·평화 프로세스의 가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 패널로 참석한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올해 말까지 북미 간에 새로운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예고한대로 모종의 새로운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한은 올해 말까지 기다릴 수 있겠지만 모종의 일괄타결을 이루지 못하면 내년 봄쯤에 전략도발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불행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들여 추진해온 비핵화 평화 프로세스를 힘차게 가동해야하고, 무엇보다 한미는 비핵화 협상을 후순위로 미뤄서는 안 된다”며 “한미 양국은 공조를 바탕으로 대화가 조기에 재개될 수 있도록 협상 분위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