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대원수 계급장으로 추정되는 견장(붉은 원)을 달고 나와 눈길을 끈다. 뒷편에 부인 리설주도 자리하고 있다. /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북한이 지난 25일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개최했다. 북한이 이날에 맞춰 열병식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에 따르면, 이날 열병식에는 전술유도미사일, 잠수발사탄도미사일(SLBM), 극초음속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 17형 등 북한의 신형 무기들이 총동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일성이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조선인민혁명군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국방력 강화 치적을 앞세워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통신은 26일 “주체형의 첫 혁명적 무장력인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을 경축해 수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선 4월 25일 조국 청사에 특기할 열병식이 성대히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종합군악대는 두 자루의 권총과 4·25, 90 등의 숫자와 당 마크와 옹위 등 글자를 표현하면서 열병식 분위기를 고취했다. 이와 관련, ‘두 자루의 권총’은 김일성이 항일무장 유격대 당시 사용했던 권총을 가리킨다.

이후 김 위원장은 부인 리설주와 함께 주석단에 들어섰다. 특히, 주로 양복을 입고 열병식에 참여했던 김 위원장이 이번에는 ‘공화국 원수’를 휘장이 달린 흰색 군복을 입고 등장한 장면이 눈에 띈다.

국가 방위력 강화와 평화 수호에 대한 의지를 대내외에 알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김 위원장은 이날 연설을 통해 “우리 핵 무력의 기본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다”며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 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인 지난 25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화성17형, 개선된 SLMB, 극초음속미사일 등 최신 전략 무기 총동원

이날 열병식에는 기계화종대, 주력탱크종대, 초대형방사포종대, 전략미사일종대 등이 참여해 최신 무기를 선보였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는 한쪽 바퀴 축이 11개인 이동식 발사대에 실린 ICBM ‘화성 17형’과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 8형’, SLBM이 등장했다.

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인 지난 25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이날 열병식에는 화성17형, 극초음속미사일 등 북한의 최신 무기가 등장했다. 북한이 지난달 25일 공개한 ‘화성-17형’ 시험발사 장면 영상에 등장한 321이 표시된 운반차량이 눈에 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화성-17형은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괴물 ICBM’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열병식에 등장한 SLBM은 지난해 1월 당대회 열병식에서 선보였던 것보다 탄두부가 커지고 늘어난 모습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도색을 새로 하고 탄 부두가 길어지는 모습이다.

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인 지난 25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이날 열병식에는 화성17형, 극초음속미사일, SLBM 등 북한의 최신 무기가 등장했다. /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능동 방어체계(APS)를 갖춘 전차 대열도 포착됐다. 전차 능동 방어체계는 레이더를 이용해 날아오는 탄환을 감지한 뒤 미사일로 이들을 막는 방어 수단이다.

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인 지난 25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2만여 명 동원된 최대규모…김일성 생일 100주년보다 5천 명 많은 것으로 추정

이날 열병식은 역대 최대 규모로 평가되고 있다. 보이는 숫자만으로 단순 계산해 봤을 때 2만여 명이 동원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략군종대가 지난 2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인 열병식에 참가했다. /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통신에 따르면 이날 열병식에는 첫 세대 항일무장투쟁 시기 종대, 당 중앙위원회 호위처 종대, 국무위원회 경위국 종대, 호위국 종대, 호위사령부 종대, 제1군단 종대, 제2군단 종대, 제4군단 종대, 제5군단 종대 등이 참여했다.

이 밖에도 해군종대, 공군종대, 전략군종대, 특수작전군종대, 고사포병 군단, 제91군단, 제3군단 종대도 나타났다. 또, 서울류경수 제105탱크사단, 제425기계화보병사단 등 탱크장갑사단, 기계화보병사단 종대 등 기계화보병사단 등도 모습을 보였다.

군사학교종대가 지난 2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인 열병식에 참가했다. /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이외 정찰병종대, 산악보병종대, 전자교란작전부대종대 등 전문병종대와 김일성군사종합대학종대, 김정일군정대학종대, 김일성정치대학종대, 김정은국방종합대학종대 등 군사학교종대, 노농적위군 종대, 국가보위성 종대, 여성교통안전원 종대, 군견수색대 종대, 특별기동대 종대, 비상 방역 종대 등도 열병 대열에 함께했다.

다만, 이번 열병식은 최대규모의 인원이 동원됐지만 무기의 종류나 수는 과거에 비해 많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구형 재래식 무기는 열병식에서 제외하고 최신형 무기만을 동원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인 지난 25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이 자리에 좌천됐던 리병철(우측)이 복권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좌천됐던 북한 리병철, 빨치산 열병식 계기로 10개월 만에 복권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열병식 참석자를 소개하면서 리병철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이며 당중앙위원회 비서라고 호명했다.

리병철은 지난해 7월 당 전원회의에서 ‘비상 방역에 대한 당의 중요 결정 집행을 태공(태업)’ 등으로 문책받으며 기존 모든 직위에서 해임됐다.

해임 이후 두문불출했던 리병철이 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 열병식에 전격 등장한 것이다.

정치국은 북한에서 국가정책과 결정 등 모든 국정운영을 조직·지도하는 노동당 핵심 기구다. 상무위원회 이런 해당 조직의 사업을 지도, 조직할 수 있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