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합의는 美 압력으로 北 핵폐기 고백받는 과정”

▲이춘근 국제정치학 박사

“국제 관계는 파워 폴리틱(Power Politics)이다. 미국은 트럭이고 북한은 티코인데 미국이 북한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북한이 미국에 끌려가고 있는 것이다.”

국제정치 전문가인 이춘근 자유기업원 부원장은 “이번 6자 회담은 북한이 자발적으로 나온 회담이었다. 이는 북한이 어쩔 수 없이 회담에 나올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처했음을 스스로 반증하는 것”이라며 북한의 몽니에 미국이 굴복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이 부원장은 북한인권청년학생연대(대표 성하윤)와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이사장 유세희)가 한양대에서 11일 개최한 ‘2·13이후 북핵 전망과 한반도의 전략’이란 제목의 강연에서 “2·13합의는 미국이 압력을 가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밀어 넣고 핵 폐기 고백을 받아내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전 서울 시장의 발언을 중요한 단서로 제시했다. 2·13합의 전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베를린에서 북한 대표와 회담을 끝낸 뒤 곧이어 한국을 방문해 한나라당 유력 대선 후보인 이명박, 박근혜 두 사람을 만났다.

이 전 서울 시장은 2월 7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사실을 공개하고, “북한이 회담에 응하게 된 데는 뭔가 크리티컬(critical)한 것이 있다. 이 정도 단계에 북한이 올 수밖에 없는 사정이 북한에 생겼다는 것이고, 그 이유 때문에 진전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미국은 북한이 시간을 끌지 못할 것으로 자신이 있는 것 같더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박사는 미국의 대북 압박 근거로 6자 회담 직전 미국이 F-117 스텔스 전폭기를 15~20대 정도를 한반도 기지에 전진 배치시킨 것과 함께, 2월 18일 최신 기종인 F-22 랩터 전투기 12대를 오키나와 카데나 공군기지에 배치시킨 점 등을 꼽았다.

그는 “순수 군사적인 측면에서 미국이 F-117과 F-22를 배치한 것은 ‘우리는 당신네들이 이들 전투기들의 영공침투 사실을 알아채지도 못하는 사이에 핵 시설은 물론 북한 지휘부조차 격멸할 수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북한 측에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과거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줄기차게 대소 강경론을 펼치다 임기 6년차가 되면서부터 미국의 어떤 대통령보다 소련과 화해 무드를 만들어 결국 소련을 평화적으로 변화시킨 냉전의 승자가 된 점을 예로 들었다. “지금의 상황은 미국(부시 임기 6년차)의 대북 강압외교가 비로소 결실을 보기 시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박사는 “미국 외교의 목적은 패권 유지에 있다”며 “미국이 중국의 패권 도전에 우위를 점하는 방법은 중국 영토 근처에 군사력을 둘 수 있는 동맹을 만드는 것이다. 미국이 단순히 북을 폭격하지 않고 유화적으로 끌어들이려는 이유는 중국 견제에 있다” 고 말했다.

이어 “북한으로서도 지금 현재 가장 큰 적은 미국이 아니라 국경을 맞댄 초강대국 중국”이라며 “중국에 접수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김정일은 미국에 구원을 요청해야만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런 미국의 전략에도 개방과 북미 수교가 북한으로서는 ‘뜨거운 감자’라고 이 박사는 강조했다.

“김일성의 카리스마라면 북한 주민에게 사회주의를 포기하라는 명령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은 그만한 카리스마가 없고, 반미주의를 제외하고는 김정일 정권 유지는 생각할 수도 없다. 미국의 말을 안 들을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수교 순간 체제가 무너질 지도 모른다”며 김정일이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분석했다.

이화여대 겸임교수로 활동하면서 최근 ‘현실주의 국제정치학’(나남출판)이라는 역작을 펴낸 이 박사는 “모든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데, 한국만 ‘모든 나라가 세계평화를 위해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국제정치에서는 위험한 일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이는 남북한 간에도 그대로 적용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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