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영향 평남서만 가축 10만 마리 폐사…돼지고기 값은 하락?

소식통 "냉방장치 제대로 작동 안돼"...전문가 "폐사한 고기, 싼 가격에 시장에 유통됐을 가능성"

대동강돼지공장
대동강돼지공장. /사진=조선의오늘 핀터레스트 캡처

북한에서 폭염으로 인해 상당한 축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장에서 축산물 가격이 치솟을 것으로 관측된다.

18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평안남도에서 폭염으로 인해 폐사한 가축의 수가 10만 마리가 훨씬 넘는다.

축종별로는 닭이 9만 마리로 폐사율이 가장 높았고, 이어 돼지 7000마리, 오리 2500마리, 소 100마리가 폭염으로 폐사했다.

이 외에도 메추리 등 기타 가축도 1만 400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남도뿐만 아니라 함경도, 황해도 등 다른 지역도 지난달 폭염으로 인한 가축 피해가 상당했다는 게 현지 소식통의 전언이다.

지난달 북한은 폭염이 보름 이상 지속되고 강수량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전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은 자강도 38.4도, 평양 35도 등 폭염이 계속되자 지난달 당국이 고온주의경보를 발령했다고 전했다.

또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26일 “우리나라의 대부분 지역에서 폭염이 지속되면서 농작물들이 가물(가뭄) 피해를 받기 시작했다”며 “지난달 중순까지 전국 평균 강수량이 21.2mm로 평년의 25.8%에 불과했으며 이는 1981년 이후 기상관측 이래 두 번째로 비가 적게 내린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 당국은 각종 매체를 통해 폭염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 가능성을 밝히며 가뭄 대비 방안을 선전했는데, 가축 피해 상황은 밝히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닭과 오리, 돼지 등은 기온이 27도만 넘어도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해 식욕부진과 성장 저하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심하면 폐사에 이른다.

특히 닭은 땀샘이 발달하지 않고 온몸이 깃털로 덮여 있어 무더위에 취약하다. 때문에 지난달 평안남도 폭염으로 인한 가축 피해 중 닭의 폐사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폭염으로 인한 축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축사에 냉방장치, 환풍기 등을 설치해 내·외부 기온을 낮춰줘야 하지만 전력난을 겪고 있는 북한은 이와 관련된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냉방시설 대신 북한은 분무기를 이용해 축사에 안개 분무를 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축사에 고온 다습한 환경이 지속되면서 사료가 변질돼 또 다른 가축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까지 1kg에 2만 원 안팎의 가격으로 거래되던 돼지고기가 지난달 중순 이후 1만 6000원까지 하락했다.

돼지고기 가격은 이달 초중순까지 지속 하락해 지난 9일에는 평양 1만 6000원, 신의주(평안북도) 1만 5500원, 혜산(양강도) 1만 4500원에 팔렸다.

갑자기 돼지고기 가격이 5000원 이상 하락하자 폭염으로 폐사한 고기들이 시장에 유통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축산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북한은 전염병이나 폭염 등으로 폐사한 가축을 시장에 유통시켜 팔기도 한다”며 “정상적으로 사육되고 도축된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는데 지난달 갑자기 돼지고기 가격이 폭락했다면 폐사한 고기들이 시장에 나왔을 가능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