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기술혁신을 생산성 향상의 주요 조건으로 강조하는 상황에서 탄광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술학습이 한층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장의 노동자들은 정치학습에 기술학습까지 더해지면서 한층 커진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17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개천시 일대 탄광들에서 석탄 증산을 위한 중대·소대별 사회주의경쟁과 함께 노동자들의 기술 수준을 높이기 위한 기술학습이 강화되고 있다. 특히 청년 노동자들이 주로 배치된 청년갱을 중심으로 기술학습 참가 압박이 커지는 분위기다.
기술학습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는 비정기적이거나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개천시 일대 탄광들에서는 기술학습이 주 2회씩 정기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내용도 굴진·채탄 공법 개발 등 타 단위의 기술혁신 사례 공유뿐만 아니라 컴퓨터 활용, 창의안 발표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다.
이와 함께 각 탄광기업소에서는 과학기술보급실 운영을 정상화하고 노동자들에게 최신 과학기술자료를 보급하는 한편, 경험토론회와 기술혁신안 발표회도 잇따라 조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의 반응은 냉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학습을 늘리기에 앞서 생산설비와 작업공정에 필요한 자재부터 제대로 보장해야 한다는 불만이 많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현장에서는 ‘새 기술을 배우라고 하기 전에 설비나 자재부터 제대로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많다”며 “실제 노동자들은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조건이 안 되는데 다른 단위의 성공 사례만 들고 와서 따라 배우라고 하니 뜬구름 잡는 소리로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노동자들은 기술학습에 강한 회의감도 표하고 있다. 소위 ‘험지’에 배치된 주민들은 직무 변화나 승진에 대한 기대가 낮고, 현재의 삶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체념하는 분위기도 강하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대부분 ‘여기서 뭘 더 배운다고 인생이 달라지겠냐’는 반응을 보인다”며 “기술을 배워 생산 실적을 높인다고 돈이나 쌀을 더 주는 것도 아니고 생활 형편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니 어떤 학습이든 그저 쉬는 시간을 빼앗는 것으로만 느낀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각종 정치학습에 기술학습까지 더해져 노동자들의 퇴근 시간이 늦어지는 날이 반복되자,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팽배하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제대로 먹지도, 쉬지도 못하고 갱에 들어가 일한 사람들이 퇴근 후 학습까지 해야 하니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며 “배우겠다는 사람이나 제대로 가르치고 현장에서 써먹을 조건까지 만들어준다면 모르겠지만, 그저 머릿수와 횟수만 채우는 식이니 ‘이걸 한다고 뭐가 달라지느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현장에서는 낡은 설비와 자재 부족, 열악한 노동·생활 조건은 여전한 채 학습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술학습 강화보다 설비와 자재의 충분한 보장, 노동 및 생활 여건 개선이 선행돼야 하며, 이러한 실질적 움직임 없이 학습만 강요하는 것은 노동자들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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