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하자마자 학생들에게 돈 걷은 소학교들…학부모 경제적 부담↑

9·9절 꽃바구니 마련 비용에 정성도구 교체 비용까지 부과…갈수록 커지는 부담에 학부모들 불만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정권수립일(9·9절) 78주년을 맞아 “국경절을 맞는 온 나라에 경축의 환희가 넘친다”라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평안북도 평성시 소학교(초등학교)에서 개학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9·9절(정권수립일) 꽃바구니 증정 비용과 교실 내 김일성·김정일 초상화 청소도구 마련 등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으면서 개학 직후부터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14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은 “이달 1일 평성시의 소학교들이 여름방학을 마치고 개학했다”며 “그런데 개학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학생들에게 돈을 내라는 포치가 내려지면서 학부모들이 혀를 내둘렀다”고 전했다.

북한은 김일성 생일(4월 15일)과 김정일 생일(2월 16일), 정권수립일, 조선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 등 주요 기념일마다 김 부자 동상 등 상징적 기념물에 꽃바구니를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올해 9·9절에도 기관과 조직별로 관련 행사가 진행됐는데, 평성시 소학교 학생들도 학교 단위로 꽃바구니 증정 행사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행사를 위한 꽃바구니 마련 비용이 올해도 어김없이 학생들에게 부과되면서 결국 학부모들의 부담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실제 평성시의 한 소학교에서는 꽃바구니 마련 명목으로 학급별 학생 1인당 5000원(이하 북한 돈)씩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일부 학급에서는 김일성·김정일의 초상화를 청소할 때 쓰는 걸레 등 이른바 ‘정성도구’를 교체한다는 명목으로 1인당 700원씩 추가로 걷었다고 한다.

북한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매일 아침 수업 전 교실 벽에 걸려 있는 김일성·김정일의 초상화를 깨끗하게 청소하는데, 학교에서는 이때 쓰이는 도구의 관리 상태를 수시로 점검한다. 특히 9·9절 등 명절 계기에는 수령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하면서 교실 내 초상화 및 청소도구 관리를 한층 강화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해당 소학교 일부 학생들은 꽃바구니 비용 5000원과 정성도구 교체 비용 700원을 합쳐 1인당 총 5700원씩 부담했다.

소식통은 “9월 9일 같은 큰 명절이 다가오면 이제는 어린 학생들도 ‘또 학교에서 돈을 내라고 하겠구나’ 하고 알 정도”라며 “이번에는 꽃바구니 비용 외에 다른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일부 학부모들 속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고 말했다.

더욱이 꽃바구니 마련 비용은 자녀들의 학교에서만 부과하는 게 아니다. 부모들이 각자 소속된 직장이나 인민반에서 별도로 또 비용을 걷기 때문에 한 세대에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배 이상 늘어난다.

소학교에서 개학 직후부터 9·9절 명절 꽃바구니 마련 등 여러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은 사례는 양강도 혜산시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양강도 소식통은 “최근 혜산시의 소학교들에서 9·9절 꽃바구니 증정에 필요한 비용으로 학생들에게 7000원에서 1만 원 정도씩 거뒀다”며 “직장과 인민반에서도 같은 명목으로 돈을 거둬 명절이 돌아오면 충성심보다 경제적 부담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하는 주민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잘사는 사람들에게는 1만 원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집에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며 “가뜩이나 먹고살기 어려운 상황에 이런 부담이 더해지다 보니 명절에도 쌀밥 한 끼 제대로 먹지 못하는 집들이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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