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과학자 자녀들, 한국 도서 보다가 적발…평양 은정구역 ‘발칵’

평양 은정구역서 청소년들 한국 전자도서 담긴 SD카드 열람…과학자 가족들 초긴장 

CD, USB, SD카드. /사진=데일리NK

평양시 은정구역 과학자동에서 최고위급 과학자 자녀들이 반동 불순도서를 몰래 돌려보다가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의 핵심 과학기술 인재들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청소년들이 불법 유입된 전자문서를 열람하다 체포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양시 소식통은 1일 데일리NK에 “지난달 중순 평양시 은정구역 과학자동에서 촉망받는 과학자의 자녀들인 16세 동갑내기 청소년 3명이 외부에서 유입된 도서를 은밀히 돌려보다가 주민 신고로 현장에서 체포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은 부모들이 출근한 사이 한 친구의 집에 모여 휴대전화와 소형 컴퓨터를 이용해 SD카드 속 문서 파일을 열람하고 있었다. 해당 기기와 저장매체에는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금지 도서와 한국 소설 등 이른바 ‘불순도서’가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이들의 만남을 수상하게 여긴 인민반 주민의 신고로 발각됐다. 신고를 접수한 구역 안전부 성원들은 곧바로 해당 집에 들이닥쳐 가택 수색을 벌였고, 현장에서 불순도서 파일이 저장된 SD카드와 전자기기들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안전원들은 이들이 금지된 문서를 반복적으로 열람한 것으로 보고 정도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즉시 구역 안전부 감방에 구류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소식은 은정구역 과학자동은 물론 인근 연구소 단지에도 빠르게 퍼졌다. 과학자동은 국가적 우대 속에 핵심 과학자들과 그 가족들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주민들은 이번 사건을 상당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나라에서 최고로 대접해 주는 과학자의 자식들이 한국 전자도서를 보다가 잡혀 들어갔으니 온 동네가 초상집처럼 변했다”, “자칫 잘못하면 자식은 물론이고 한평생 국가 연구에 몸담아온 부모들까지 한순간에 혁명의 원수로 몰려 지방 오지로 추방될 수 있으니 숨도 크게 쉴 수가 없다”는 등의 말이 나오고 있다.

소식통은 “평소 국가의 특별한 대우를 받는 과학자 가정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 때문에 파장이 더 크다”며 “과학자들과 그 가족들은 혹시 불똥이 튀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극도로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당국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청소년 일탈이나 호기심 차원의 비행으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국가의 두터운 신임과 특혜를 받으며 자란 핵심 과학자 자녀들이 불법 유입된 전자기기 매체를 통해 외부 사상과 문화를 접했다는 점에서 사안을 상당히 엄중하게 다루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당국은 최고급 두뇌들의 자식들이 당의 사상적 방화벽을 뚫고 들어온 불순한 전자기기 매체를 통해 자본주의 사상 독소에 오염됐다고 보고 있다”며 “이를 단순한 비행이 아니라 체제 전복적 사상 변종 행위로 규정하고, 이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대책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사건 발생 이후 구역 안전부는 과학자동 전역의 학생 소조원들과 청년동맹원들을 비상 소집해 사상 비판 모임도 연속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는 “과학기술을 배우라고 준 전자기기를 반당·반체제 책동의 도구로 삼았다”는 식의 강도 높은 비판도 있었다는 전언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당국이 청소년과 청년층의 외부 문물 접촉과 불순 녹화물·도서 유포 문제를 강하게 단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당분간 당국의 사상 검열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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