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대학 졸업작품까지 파고든 ‘러 파병 군인 영웅화’…학생들 당황

정치적 의도 뚜렷한 졸업작품 창작 과제에 학생들 부담감 호소…혹시 불이익 받을까 봐 우려하며 긴장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월 27일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준공식이 러시아연방 쿠르스크 해방 작전 종결 1주년에 즈음해 4월 26일 숭엄히 거행됐다”라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주요 예술대학이 졸업반 학생들에게 러시아 파병 군인들의 영웅성과 희생을 주제로 한 졸업작품 창작을 과제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뚜렷한 정치적 의도가 담긴 과제에 학생들은 대체로 부담을 호소하는 분위기다.

16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초 김원균명칭 평양음악무용종합대학과 평양연극영화대학은 졸업반 학생들에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의 희생정신을 부각하고 이들을 영웅화하는 내용의 졸업작품을 창작하라는 과제를 내렸다.

이에 김원균명칭 평양음악무용종합대학 졸업반 학생들 사이에서는 부담감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소식통은 “성악반은 원래 졸업과제로 지정곡과 자유곡으로 혁명가극 노래와 전공 분야에 맞는 곡을 준비했고, 기악반(서양음악·민족음악)도 외국곡과 자유곡을 준비하면 됐다”며 “그런데 이번에는 개인 발표 대신 앙상블 작품을 직접 창작하라는 과제가 내려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앙상블 작품은 곡만 준비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작곡과 편곡, 합주, 무대 구성 등 연출까지 직접 다 책임져야 한다”며 “이 때문에 졸업반 학생들이 크게 당황했고, 얼굴이 벌게질 정도로 난감해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평양연극영화대학 졸업반 학생들도 이 같은 과제가 내려지자 다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음악무용대 학생들 보다는 비교적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평양연극영화대학은 평소 학교 안에 영화창작단이 운영되고 있어 집단 창작과 정치 주제 작품 창작에 익숙하다”며 “그래서 음대 학생들보다는 부담을 덜 느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을 ‘반제자주’의 전선에서 피를 흘린 혁명가로 치켜세우며, 북러 동맹의 결속을 다지는 선전 도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의 희생과 헌신, 충성심을 내세운 작품을 창작하라는 과제를 내린 것은 학생들의 졸업작품을 단순히 학업 평가만으로 치부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하고 예술 분야로 진출할 청년들의 사상을 검증·통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음을 보여준다.

소식통은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작품을 얼마나 충실하게 만들었는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고, 이런 평가가 졸업 후 배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혹시나 작품 때문에 불이익을 받을까 봐 긴장하는 분위기에서 창작 과제 수행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고 전했다.

Previous article“모내기 총화 보고서 작성해 올리라” 지시에 황해도 간부들 ‘벌벌’
Next article“시진핑 방북은 외교적 승리” 자평…정상회담 후속 조치 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