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 부족에 멈춰 선 농기계…농장원들 “무슨 농업 발전이냐”

인력으로 메워야 하는 상황 되풀이…모내기 적기에 끝내라는 지시에 밤에도 모닥불 켜놓고 작업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월 29일 황해남도 봉천군 황룡농장에서 모내기를 적기에 마무리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여전히 많은 북한의 농촌 지역 농장들이 연료 부족으로 농기계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당국은 농업 발전 성과를 지속 선전하자, 농장원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인력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인데, 무슨 농업 발전이냐”며 냉소를 보내고 있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에 “도당위원회가 모내기를 제철에 빨리 끝내야 한다며 작업 속도를 높이라고 지시하고 있다”며 “이에 도내 각 시·군 농장의 농장원들과 동원 인력들은 밤늦게까지 우등불(모닥불)을 켜 놓고 모내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농촌들에서는 하루 계획량을 채우지 못하면 농장원은 물론 농촌 지원에 동원된 인력들까지 현장을 떠나지 못해 해가 진 뒤에도 논두렁에 불을 밝혀놓고 작업을 계속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모내기로 한참 바쁜 시기에 농장들에서 연료 부족으로 농기계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내기 기계와 운반용 트랙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결국 사람의 노동력으로 메워야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화대군에서는 지난주 군당 간부들이 한 리(里)에 집체적으로 농촌 지원을 나갔는데, 모내기 기계가 연료 부족으로 작업 도중 멈춰서는 일도 있었다”며 “모를 나르는 뜨락또르(트랙터)도 제대로 가동되지 못해 지원자들이 맞들이(들것)를 들고 오가며 모를 날랐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농촌에서는 “기름이 없으면 결국 사람을 더 넣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는 전언이다. 당국이 농업의 기계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연료 부족으로 농기계를 가동하기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북러 간 협력이 확대됨에 따라 러시아에서 연료가 들어온다는 소문이 돌아 농장원들 사이에서 국가의 연료 공급 사정이 한결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풀었지만, 정작 체감되는 변화가 없자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한다.

소식통은 “로씨야(러시아)에서 연료가 많이 들어온다는 소문이 돈 지는 한참 됐지만 농장원들은 연료는커녕 그 그림자도 구경하지 못했다며 푸념하고 있다”며 “연료가 들어와도 군수공장이나 군부대 같은 곳들에 우선적으로 간다는 말이 많다”고 전했다.

특히 농장원들은 “군수공장들은 자체로 외화도 벌고 국가의 우선 보장도 받는다는데, 정작 쌀을 생산하는 우리는 힘들게 일하고 먹는 문제도 걱정해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농장원들은 당국이 학습과 강연회를 통해 농촌 혁명 성과와 농업 발전상을 반복적으로 선전하는 데 대해서도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사람의 힘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농촌의 현실과 동떨어진 선전에 적잖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눈만 뜨면 방송차에서 ‘모두 다 모내기 전투에로’라는 구호가 울려 퍼지는데 농장원들은 그 소리만 들어도 진저리를 친다”며 “국가는 날마다 농업 발전 성과를 선전하고 있지만 농촌에서는 해방 후 협동화를 할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했다.

북한 당국은 식량 생산 증대를 주요 과업으로 내세우며 농촌 동원과 모내기 속도전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농기계용 연료 등 필요 자재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목표 달성만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 상당한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소식통은 “위에서는 모내기를 제철에 끝내라고 계속 다그치지만, 현장에서는 기계가 멈춰 결국 사람이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농장원들은 농촌을 중시한다고 말만 하지 말고 모내기철에 필요한 연료부터 제대로 보장해 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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