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약’ 생산에 의대생들까지…약초 채집 사업에 대거 동원

‘현장실습’이라 내세워 학생들 산과 들에 내보내…채집 약초로 자체 고려약 제조하며 창의고안 경쟁

평양의 건강식품 매장에 있는 약초들. /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이 약초를 활용한 고려약(한약) 생산 확대를 강조하면서 고려약공장 등 생산 단위뿐만 아니라 의학 관련 교육기관 소속 학생들까지 약초밭 조성과 약초 채집에 대대적으로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신의주의학대학을 비롯한 도내 의학 관련 교육기관 학생들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로 설정된 ‘약초 채집 기간’을 맞아 약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의과대학 등 의학 관련 교육기관들은 자체적으로 약초밭을 조성하고 매년 봄과 가을마다 약초 확보 사업을 진행한다. 교육기관들은 이를 ‘현장실습’이라고 내세우면서 정규 수업까지 줄여가고 학생들을 대거 동원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학년별로 역할이 나뉘어 체계적인 동원이 이뤄지고 있다. 저학년 학생들은 산과 들을 돌며 삽주, 복령, 우슬, 질경이, 두릅 뿌리, 쑥 등 약초 채집 활동을 벌이고, 고학년 학생들은 약초밭 조성과 더불어 채집된 약초를 분류해 요구 기준에 맞게 손질하는 후반 작업을 담당한다.

소식통은 “의대생들이 단순히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약초를 캐고 말리는 작업까지 다 하고 있다”며 “봄과 가을이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동원 사업 때문에 학생들은 이 시기를 ‘약초 방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렇게 채집된 약초는 의학 관련 교육기관들에서 명목상 교육 목적으로 운영하는 고려약 제조실로 보내져 실제 고려약 제조에 활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제조실에서 약초를 달여 만든 즙과 환약, 댕강쑥엿, 마가목엿 같은 달임약 형태의 고려약을 자체로 만든다”며 “두릅뿌리나 느릅나무·엄나무 껍질 등을 술에 담가 약술을 제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고려약을 자체적으로 제조하는 과정을 통해 교육기관들 역시 경쟁적으로 창의고안을 내놓고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 당국이 이처럼 교육기관까지 동원해 고려약 생산에 매달리는 것은 만성적인 의약품 부족을 천연 약재로 메우려는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보건 분야에서도 외부 의존도를 낮추고 ‘우리식 생산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당국의 의지도 반영돼 있다.

다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전문적인 의학 지식 습득보다 노동에 가까운 약초 채집이 우선시되는 분위기에 피로감과 불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학생들 속에서는 현대적인 의료 기술을 배우거나 실습하는 시간보다 약초 캐러 다니는 시간이 더 많다는 비판이 나온다”며 “그럼에도 위에서는 고려약 생산이 주민 건강 증진과 직결되는 보건 분야의 중요한 사업이라고 계속 강조하고 있어 학생들이 별수 없이 동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실정”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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