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에서 본격적인 농번기가 시작된 가운데 일부 농촌 지역에서 연유(燃油) 부족으로 농기계를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주민들이 직접 가래를 끌며 밭을 갈고 있다는 전언이다.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은 8일 “정부가 파종기를 맞아 각 농장에 연유와 전력을 우선 공급하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농기계 가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연유도 확보하지 못한 곳이 많다”고 전했다.
기본적으로 북한은 농번기마다 농장에 연유를 우선 공급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국영 연유판매소를 통해 농장들에 연유를 공급한다. 하지만 공급 물량이 턱없이 부족해 실제로는 농장들이 시장을 통해 자체적으로 연유를 조달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외진 농촌일수록 시장 접근 자체가 어려워 연유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군 중심 지역 농장과 외곽 지역 농장 간 연유 확보 격차가 큰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소식통은 “군 소재지와 가까운 곳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외진 지역일수록 연유를 구하기 어렵고 구한다고 해도 운반 비용까지 고려해야 하다 보니 농기계를 쓸 엄두도 못 낸다”고 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시장의 유류 가격까지 급등하면서 농기계 가동 부담이 커졌고, 이에 일부 농장에서는 아예 농기계 사용을 포기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소식통은 “물건(연유)을 구하는 것 자체도 어려운데 비싼 기름값도 문제”라며 “비닐 박막과 종자, 농기구 등 필수 농자재를 마련하고 나면 값비싼 연유를 추가로 확보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식통에 따르면 벽동군과 삭주군, 자강도 우시군 등 변방 농촌 지역 농장들이 연유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서 농장원들이 직접 밭갈이와 써레질에 나서고 있다. 농기계로 하는 작업을 인력과 가축에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소식통은 “뜨락또르(트랙터)로 하루 만에 끝낼 일을 사람들이 며칠씩 매달려 해야 한다”며 “연유가 부족하니 결국 사람이 소처럼 가래를 끌며 농사를 짓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밭갈이와 퇴비 살포, 논판 정리 등 대부분의 작업을 인력에 의존하면서 농장원들의 노동 강도가 크게 높아졌고, 이러다 보니 농촌 현장에서는 “사람 잡는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농장원들의 노동 강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작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인력으로 작업을 하다가 파종 시기를 놓칠 경우 수확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도 이를 모르지 않아 선전선동 사업을 앞세워 반드시 적기 파종을 실시해야 한다고 지속 압박하고 있어 농장원들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위에서는 기계화를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기계를 돌릴 연유가 없어 농장원들이 죽어난다”며 “이런 상태라면 강제로 인력을 동원해 어찌저찌 파종을 끝낸다고 하더라도 작황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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