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계약 무시하고 ‘낙하산’ 대방 내리꽂아…신뢰 관계 흔들

무역 거래가 권력관계에 따라 결정…일방적 계약 파기 반복되면 외자 유치 악영향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4년 12월 3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앞서 28일 진행된 신포시 바닷가 양식사업소 준공식에 참석해 지역 특색에 맞는 발전을 독려하며 자력갱생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무역 부문에 대한 중앙집권적 통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이미 성사된 거래를 무시하고 상부에서 지정한 특정 중국 대방(거래 상대)과 거래할 것을 강요하는 막무가내식 지시가 내려와 현장에 큰 혼란이 일고 있다.

29일 데일리NK 황해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용연군을 비롯한 해안 지역의 바다 양식 사업 단위들이 중국 거래선을 전면 재조정하고 있다. 지정한 대방과만 거래하라는 상부의 지시에 기존 중국 대방과 맺은 투자 및 수출 거래 계약이 사실상 백지화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이미 투자금을 받고 종패(씨조개)를 뿌려 양식에 들어간 단위들에까지 정해준 대방에게 구역과 물량을 넘기라는 식으로 지시가 내려온다”며 “투자할 대방을 끌어오고 계약을 성사시킨 현장 일꾼들만 졸지에 약속을 어긴 사람으로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에서는 상부의 판단에 따라 기존에 배정됐던 양식 구역이 조정되거나 아예 다른 단위에 넘겨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계약 파기에 따른 보상이다. 기존 대방들에 대한 보상에 대해 당국은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않은 채 각 단위에서 알아서 해결하도록 떠넘기고 있어, 현장의 일꾼들이 고스란히 책임을 떠안는 상황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소식통은 “생산물을 회수해 투자금을 갚는 구조였는데 위에서 지정한 대방에 물량을 몰아주고 기존 대방에 대한 보상은 알아서 처리하라는 식”이라며 “새 대방이 앞서 투자했던 대방에게 투자한 원금을 주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런 강압적 거래선 변경은 수산 부문뿐만 아니라 약초, 산나물 등을 수출하는 외화벌이 단위에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투자금을 낸 중국 대방과의 거래를 뒤엎고 상부에서 지정한 이른바 ‘낙하산’ 대방과 거래하게 하는 식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무역 거래가 수익성과 효율이 아닌 권력관계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며 “이에 현장에서는 이제는 ‘어느 선’과 연결된 대방이냐가 중요해졌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 들어 외화벌이 지표가 확대되면서 각 단위가 경쟁적으로 나서 대방들에게서 돈을 끌어와 생산까지 다 해놓고도 결국 상부에서 내리꽂은 대방에게 물량을 넘기게 되는 꼴”이라며 “기존 대방들에게 제대로 설명도 못 하고 결국 신용만 잃는 건 현장의 일꾼들”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기존 대방과의 신뢰 관계가 크게 훼손돼 사이가 틀어지거나 거래가 중단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피해를 본 일부 중국 대방들 사이에서는 “조선(북한)에는 계약이라는 개념 자체가 통하지 않는다”며 체념에 가까운 비난이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중국 대방들은 북한 당국이 강압적으로 개입하면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손익을 따져 계약 파기에 대한 위약금을 요구하며 싸우려 하기보다는 투자 원금만이라도 회수하는 선에서 발을 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만 이렇게 일방적인 계약 파기가 반복될수록 대북 협력 사업에 대한 중국 대방들의 신뢰가 하락할 수밖에 없고, 이는 장기적으로 투자 기반을 무너뜨려 외자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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