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안 사두면 더 오른다”…北 내부서 유류 사재기 확산

중동 사태 장기화 여파에 휘발유·경유 추가 인상 소문 퍼지며 경쟁적 매입…일각선 화재 위험 걱정도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의 한 주유소에서 포착된 중국산 주유기. /사진=데일리NK

중동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에 북한 내에도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유류 사재기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차량을 운행하는 주민들 사이에 “지금 사두지 않으면 더 비싸진다”는 불안 심리가 확산해 매입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에 “혜산시에서 차량을 보유한 주민들이 연유(燃油) 가격 상승에 앞다퉈 기름을 사들이고 있다”며 “특히 연유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어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국경 지역의 경우 중국 휴대전화를 이용해 중국이나 한국 등 제3국과 연락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은데, 이들을 통해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간 전쟁 상황 등 외부 소식이 내부로 유입되고 있다. 또한 그 여파로 국제유가가 상승해 단기간에 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소문도 외부와 연락하는 주민들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특히 운송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이 발 빠르게 연유 확보에 나서면서 사재기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소식통은 “요즘 벌이차 운전자들은 연유 가격이 올라 수익이 줄어든다며 아우성인데 연유 가격이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고 하니 경쟁적으로 연유를 사들이고 있다”며 “더 오르기 전에 많이 사두는 게 이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최근 혜산시에서는 주민들이 휘발유나 경유를 10㎏, 20㎏짜리 용기에 나눠 여러 개씩 사들이는 모습이 잇따라 목격되고 있다. 당장 사용할 양만 구입하는 게 아니라 향후 추가 가격 상승에 대비해 미리 비축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는 설명이다. 심지어 용기 판매도 성행할 정도라고 한다.

소식통은 “요즘 연유를 파는 집들에서 물량이 떨어져 팔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정도 연유를 사려는 사람이 많다”며 “국가가 운영하는 연유 판매소에서는 정해진 양만 팔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양을 사들이기 어려워 사재기 수요가 개인 연유 장사꾼들에게 몰리고 있고, 이를 노리고 장사꾼들은 더 가격을 올리고 있음에도 구매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혜산시 연봉동 일대에 연유를 팔기 위해 길가에 늘어서 있던 개인 연유 판매자들의 모습은 현재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다. 일부러 나서지 않아도 구매하려는 주민들이 집으로 찾아 오고 있기 때문이다.

본보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혜산에서 휘발유와 경유 1㎏의 가격은 7만 7900원, 7만 2800원으로, 중동 사태 발발 직후인 3월 1일 조사 가격과 비교해 각각 59.6%, 61.1% 급등했다.

이렇게 가격 부담이 크게 높아졌음에도 주민들은 오히려 “더 오르기 전에 사둬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에 안전원들까지 나서서 유류 사재기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개인 연유 판매는 원래부터 불법이어서 단속 대상이기 때문에 연유 장사꾼들은 법기관 간부를 뒷배로 두고 장사를 한다”며 “그러니 어떻게 단속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거래 규모가 증가한 상황에서는 개인 연유 판매자들이 안전원들에게 건네는 뇌물만 커진다는 게 소식통의 얘기다.

한편에서는 휘발유나 경유를 무리하게 사들여 창고 등에 쌓아두다 자칫 부주의로 화재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여러 개의 용기에 나눠서 보관하는 방식이 일반화되면서 작은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식통은 “‘연유를 가득 담은 용기를 지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불안하다’, ‘가뜩이나 남자들은 담배를 피우고 담배꽁초도 함부로 버리는데 불이 날까 정말 무섭다’라는 반응도 나온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주민들 사이에서는 안전 우려보다 가격 상승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 정세 불안 장기화로 유류 가격이 추가로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퍼지면서 당분간 혜산시를 비롯한 북한 내부 곳곳에서의 사재기 현상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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