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작물’ 재배 열풍…식용작물 대신 특용작물 심는다

자급자족형에서 시장중심형으로 진화하는 北 농촌 주민들…“이득 극대화할 방법 찾고 고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2년 8월 17일 함경남도 허천군 기행문을 싣고 이곳에서 해바라기를 대대적으로 심어 먹는 기름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진=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산업 원료로 쓰이는 특용작물의 생산 확대를 강조하는 가운데, 최근 일부 농촌 지역들에서는 주민들이 개인 경작지에 식용작물 대신 수익성이 높은 특용작물을 심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구장군 상이공예작물농장 인근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개인 텃밭이나 뙈기밭(소토지)에 담배, 아주까리(피마자)와 같은 공예작물이나 더덕, 도라지, 마, 천마 등 약용작물을 재배하는 주민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과거에는 옥수수, 콩, 감자, 고구마 등 기본 식용작물 재배에 치중했으나 최근에는 산업 원료로 쓰이는 특용작물이 현금화가 용이한 수익성 작물로 주목받으면서 개인 경작지의 재배 품종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구장군 주민들은 산지가 많은 지역 특성에 맞게 산비탈과 뙈기밭에는 약용작물을, 평지나 집 근처 텃밭에는 담배나 아주까리 등 공예작물을 심는 식으로 재배 구획을 이원화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공예작물농장이 있는 다른 농촌 지역들에서도 주민들이 농장에서 어떤 작물을 심고 어떻게 관리하는지를 유심히 보고 이를 개인 경작에 그대로 적용해보려 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며 “예전처럼 무조건 식량만 심기보다 돈이 되는 작물을 심으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일부 주민들은 공예작물농장에서 사용하는 종자나 재배 경험, 병충해 관리 방법 등을 비공식적으로 공유·전수받아 개인 경작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 당국이 농업 부문에서 ‘적지적작’(適地適作), ‘적기적작’(適期適作)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데 따라 지역별 특성에 맞는 특용작물 재배가 장려되고 있는 상황과 농촌 주민들의 수익 창출 욕구가 맞물려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공예작물은 지방공업공장 원료로 활용되는 만큼 일반 식량작물보다 단가가 높은 편이라 주민들 사이에 ‘강냉이 몇 포기보다 담배 한 구획이 낫다’거나 ‘약초밭이 더 값진 땅’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농촌 사람들도 현금 수입을 우선시하면서 점차 자기가 먹을 작물보다 장마당에서 팔릴 작물에 집중하는 분위기”라며 “가진 노력과 시간, 땅에서 이득을 극대화할 방법을 찾고 고민하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했다.

현지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두고 단순한 재배 작물 선택의 문제를 넘어 농촌 주민들의 생존 전략이 자급자족형에서 시장중심형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즉, 국가 지시를 수동적으로 따르며 먹고사는 것에만 집중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시장성과 수익성을 정교하게 따져 가계 수입을 주도적으로 늘려가는 경제 주체로 탈바꿈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한편, 일각에서는 특용작물 재배 기술이나 전문 지식,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분별하게 뛰어들었다가 작황 부진으로 현금화에 실패할 경우 오히려 가계 부담만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장 현금 확보가 절실한 농촌 현실에서 ‘돈 되는 작물’ 재배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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