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보유국 지위 굳히고 외교 다극화로 정면돌파하라”

외무성 간부들에 새로운 외교 전략에 관한 지시문 하달…이란과의 군사적 연대도 언급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10일) 평양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접견하고 담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핵보유국의 지위 공고화와 외교 다극화 전략에 관한 지시문을 외무성 간부들에게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 평양시 소식통은 14일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은 이달 초 9차 당대회의 정신에 따라 핵보유국의 지위를 굳히고 외교 다극화로 정면돌파하라는 내용의 지시문을 외무성 부서장급 이상 간부들에게 하달했다”고 전했다.

이번 지시문은 비핵화 불가 원칙을 고수하며 미국을 향한 ‘강 대 강’ 정면돌파 전략을 추구함과 동시에 러시아와 중국을 넘어 반서방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외교 다극화를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내세웠다는 점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지시문에는 우선 불가역적 핵보유국 지위의 국제적 기정사실화를 위해 비핵화라는 단어 자체를 외교 사전에서 영구히 삭제하며, 향후 모든 대외 협상의 출발점은 ‘군축’이라는 내용이 명시됐다. 그러면서 서방 국가들이 우리를 핵보유국으로 대우하지 않을 경우 어떠한 접촉도 불허한다는 원칙을 고수할 것을 요구했다.

소식통은 “당은 미국에 대한 기대감을 완전히 없애고 ‘적대시 정책 철회’가 선행되지 않는 한 대화는 없으며, 미국의 외교적 역량을 분산시키기 위해 중동 및 유럽의 분쟁 지역을 활용한 압박 전술을 활용할 것이라는 전략을 지시문에 밝혔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러시아와의 전략적 동맹 심화 및 혈맹 수준의 관계 격상을 위한 군사·경제적 밀착 강화가 언급됐다. 러시아와는 단순한 협력을 넘어선 ‘운명공동체’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재편되는 신냉전 질서를 적극 활용해 기름, 첨단 기술, 식량 수급의 안정적 통로를 확보할 것을 주문했다는 전언이다.

또 이란과의 군사적 연대를 외교의 핵심축으로 설정하라는 내용도 이번 지시문에 담겼다. 이란과 핵미사일 기술 공유를 통해 미국의 안보 부담을 가중시키고, 제3국과의 다국적 무기 거래망을 확충해 대북 제재망을 무력화하는 실질적 통로를 개척하라는 지시다.

소식통은 “당은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에 균열을 내기 위해 외교 지평을 넓히며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의 반서방 국가들을 대상으로 ‘주권 수호 국가’로서의 공화국 위상을 선전하고 다각적인 외교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지시문에는 당 중심 외교 체계를 복원할 데 대한 내용이 포함됐는데, 이와 관련해 노동당 국제비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외 전략과 의지를 집행하는 외교 사령탑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모든 외교 현안은 국제비서의 검열을 거쳐야 하고, 외무성은 단순 실무 집행 기구로 당의 유일적 영도 체계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소식통은 “당은 미국에 매달리기보다는 우방국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다국적 협력 체계에 능동적으로 편입되는 것이 체제 안정과 경제적 실익에 더 유리하다는 최종 판단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이는 조미(북미) 관계 개선에 목매지 않고 독자적인 핵 강국 노선을 걷겠다는 결연한 선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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