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 군비 통제…北, 대미협상 프레임 전환 의지 밝혔다

미국 상대로 핵보유국 지위 인정받는 동시에 군사력 상호 관리하며 제재 완화 끌어내겠다는 셈법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월 24일 9차 당대회 5일차 회의가 전날(23일)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당중앙위원회 제9기 전망목표와 계획들을 구체적으로 연구토의해 결정서에 반영하기 위한 사업절차에 들어갔다”면서 “공업, 농업, 경공업, 문화, 건설, 군사, 군수, 법무, 대외, 당사업 부문으로 나누어 연구 및 협의회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정부가 대미(對美)협상의 의제를 비핵화가 아닌 군비 통제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적 지침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시 소식통은 8일 데일리NK에 “정부는 핵보유국 지위는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 상태임을 대내외에 공식 선언하면서 향후 대미협상의 판을 비핵화가 아닌 군비 통제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적 지침을 3월 하순 외교 및 군사 부문에 하달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2월 열린 9차 당대회에서 핵무력을 국가 존립의 절대적 근간으로 규정했으며, 이에 따라 미국을 상대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동시에 대등한 위치에서 군사력을 상호 관리하고 제재 완화를 끌어내겠다는 계산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사실상 국제사회가 요구해 온 비핵화 논의를 완전히 매장시키고 핵 강국으로서의 지위를 굳히겠다는 선전 포고와 다름없다.

이러한 전략 변화의 배경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력 완성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을 가졌다는 점과 더 이상 선대 수령들처럼 비핵화 협상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그의 단호한 결단이 자리 잡고 있다.

과거의 비핵화 협상이 ‘생존을 위한 구걸’이었다면 현재는 핵에서 국가 및 체제 존립의 정통성을 찾겠다는 계산으로, 이른바 ‘김정은주의’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핵 강국으로서의 위상 정립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당 조직 내부에서는 미제와 그 추종 세력이 우리를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유일한 이유는 오직 강력한 핵 억제력 때문이라는 점이 강조되고 있으며, 간부들을 대상으로 핵 보유의 정당성을 주입하는 고강도 사상 교양 사업이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핵은 ‘국가 방위의 중추’를 넘어 ‘경제 건설의 평화적 환경을 담보하는 만능 보검’으로 과거에는 협상의 카드로 언급되기도 했으나 이제는 비핵화라는 단어 자체를 외교 사전에서 지워버리라는 강경한 명령이 내려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신 미국을 향해 ‘우리의 핵 보유는 기성사실이니, 서로의 핵과 미사일 수준을 조절하며 평화적으로 공존하자’는 식의 군비 통제 협상을 제안하려는 전술적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북한은 국제 정세의 변화나 미국의 행정부 교체를 틈타 핵 동결이나 감축을 미끼로 실질적인 제재 해제를 얻어내려는 시나리오를 검증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게 소식통의 주장이다.

당 내부 문건에도 “적들이 우리의 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 현시기 대외 사업의 총적 목표”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향후 핵 무력을 바탕으로 한 대미 공세를 더욱 거세게 전개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소식통 “이와 같은 정부의 전략적 지침이 내려지자 간부들은 핵 강국으로서의 강한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다”며 “하지만 극심한 생활난에 시달리는 일반 주민들은 핵보유국 지위를 강조하는 것에 대해 ‘핵이 밥 먹여 주느냐’는 식의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앞서 9차 당대회에 관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보도에서 “공화국의 핵보유국 지위를 완전히 불가역적인 것으로, 절대 불퇴로 영구 고착시킴으로써 세상이 통채로 변하지 않는 한 우리의 핵 포기란 절대로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적수들에게 똑똑히 인식시켰다”고 자부했다.

특히 북한은 “만일 미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에 명기된 우리 국가의 현 지위를 존중하며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우리도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조건부 대미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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