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줄줄 암송하라”…1분기 학습총화에 주민 피로감 ↑

9차 당대회 보고,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등 통째로 외워야…공개 평가 자리라는 점에서 부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5년 5월 11일 평양건설위원회 수도건설설계연구소에서 “경애하는 (김정은) 총비서 동지의 혁명사상으로 철저히 무장하기 위한 학습을 실속있게 진행해 나가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9차 당대회 이후 주민들에 대한 사상적 통제의 고삐를 죄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각 단위에서 1분기 학습총화가 일제히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학습총화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9차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와 최고인민회의 제15기 1차 회의 시정연설, 현행 당 정책을 토대로 한 고강도 암기식 평가가 주를 이뤘다는 전언이다.

10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3월 말부터 최근까지 기관·기업소, 농장, 학교 등 거의 모든 단위에서 1사분기 문답식 경연(문답식 학습총화)이 진행됐다”며 “9차 당대회 보고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3대혁명붉은기 쟁취운동 등이 핵심 출제 범위였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경연은 기업소는 직장별, 농장은 작업반별, 대학은 학부별 대결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직별로 지목된 한 사람이 주어진 질문에 답하는 형식인데, 한 사람을 통해 한 조직이 평가되는 구조다 보니 각 단위의 간부들은 “답을 줄줄 암송하라”며 구성원들을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지난 4일 오후 혜산시 인민위원회에서 문답식 경연이 있었는데, 그날 간부들이 업무를 거의 하지 못하고 온종일 답안지를 들여다보느라 여념이 없었다”며 “문답식 경연에서 지명됐다가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 그 낙인이 연말까지 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전체 인원이 모인 자리에서 답변을 못 하면 개인적으로도 큰 망신을 당할 뿐만 아니라 조직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다는 얘기다. 특히 정책에 대한 이해도보다 문장을 통째로 외웠는지에 평가의 초점이 맞춰져 있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소식통은 “사전에 문제와 답이 모두 내려오지만, 양이 워낙 많다 보니 이를 제대로 암송해 경연에 대비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며 “그래서 일부는 그 시기에 맞춰 출장을 가려 하거나 진단서를 제출하는 식으로 참여를 피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지도원급 이하 성원들은 이런 꾀를 부리기조차 어려워 경연에서 운 나쁘게 지명되면 공개된 자리에서 망신을 당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공개 평가되는 자리라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

과거에는 행정 단위 차원에서 문답식 학습총화가 진행되면 그것으로 끝났는데, 최근에는 근로단체(직맹·청년동맹) 등 정치적 조직 차원에서 문답식 학습총화가 별도로 진행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혜산청년탄광에서 갱별 문답식 경연이 끝났으나 청년동맹 차원에서 다시 문답식을 진행하겠다는 말이 나온다”며 “그래서 노동자들 사이에 ‘갱 단위 문답식 경연이 끝나기 무섭게 청년동맹에서 또다시 달구니 정말 숨 막혀 못 살겠다’라는 반응이 나온다”고 전했다.

북한이 ‘사상제일주의’를 기치로 내걸어 주민들에 대한 사상적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보여주기식 암기 강요는 오히려 주민들의 정신적 피로도와 반감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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