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절약은 애국사업” 선전에 주민들 “들어와야 아끼지” 냉소

전기 공급 제대로 안 되는 상황에서 절약 강조하니 황당…인민반 맡아 선전 사업 나선 교사들도 난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월 31일 “나라의 귀중한 전기를 극력 아껴쓰자”라고 독려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전기 절약에 관한 선전 사업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8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지난달 28일 혜산시의 한 초급중학교(중학교) 교원들이 담당 인민반에 나가 전기 절약 선전을 진행했다”며 “하지만 인민반 주민들은 평소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전기 절약이 강조되는 데 대해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실제 교사들이 사용한 선전 해설집에는 전기 절약이 ‘애국사업’으로 규정돼 있으며, 전기 절약을 통해 국가 발전과 주민 생활 향상이 이뤄진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선전 사업에 나선 교사들은 전기밥솥으로 밥을 짓거나 변압기를 이용해 전압을 끌어올리는 행위를 전력 낭비의 대표 사례로 지목하며, 주민들에게 이 같은 행위를 자제할 것을 강조했다. 또 배터리를 2~3개씩 보유한 채 번갈아 충전하는 행위나 전기 프라이팬 사용도 전기 절약 의식이 결여된 행위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사들은 마지막에 이 같은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중히 다루겠다는 당국의 경고도 전달했다.

이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소식통은 “사람들은 ‘전기가 들어와야 아낄 것도 있지 무슨 절약 타령이냐’, ‘며칠씩 전기가 끊기는데 우리가 뭘 얼마나 쓴다고 그러느냐’라는 식으로 불만을 내비쳤다”며 “들을 때는 별다른 말 없이 들었지만 뒤돌아서는 다들 황당해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더욱이 주민들 사이에서는 전력 공급 부족의 책임을 개인의 생활 습관으로 돌리려는 것 아니냐며 당국을 향한 비난 섞인 반응도 나왔다. 국가가 열악한 전력 사정의 근본 원인은 해결하지 않은 채 주민들에게만 절약과 인내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전 사업을 벌인 교사들도 난감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학교 수업과 행정 업무를 수행하는 와중에 별도로 인민반을 맡아 선전 사업을 해야 하는 부담을 안은 데다 주민들의 냉담한 반응까지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교원들도 속으로는 주민들과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위에서 내려온 과업이라 어쩔 수 없이 인민반에 나가 선전 활동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교원들이 인민반 선전에 나가면 인민반장에게 자료만 전달하고 인민반장이 이를 반원들에게 형식적으로 통보하는 경우도 많다”며 “전기 절약 선전이 형식적으로 흐르면서 교원들과 주민들 모두에게 피로감만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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