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관계 회복 조짐에 중국 내 탈북민들 사이 ‘북송’ 공포 확산

‘북송 체계 복원’ 신호로 받아들여져…불법체류자 신분인 탈북민들에겐 생존과 직결된 실질적 위협

북중러 하산 나진 풍천 두만강 나선 함경북도
2019년 2월 북한 나선시 두만강역 인근 국경 지역. /사진=데일리NK

베이징~평양 간 국제열차에 이어 항공편 운행까지 재개되면서 북중 간 인적 교류가 본격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중국 내 탈북민들에게는 ‘북송 체계 복원’ 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7일 데일리NK 중국 현지 대북 소식통은 “여기(중국)에 살고 있는 탈북민들 사이에 최근 ‘중조(북중)관계가 이전보다 더 좋아지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북송에 대한 불안 심리와 두려움이 다시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중국 내에서는 북중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감 섞인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북중관계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면 양국 간 이동과 왕래가 한층 활발해질 것이고, 여기에 더해 물적 교류까지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내 탈북민들 사이에서는 북중관계 회복 조짐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한다. 과거와 같은 신속한 ‘북송 체계’가 다시 작동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내 탈북민들은 “양국 간 이동이 원활해질수록 북송 위험이 커진다”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지금 탈북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북송이 일상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라면서 “실제 북송되기까지 몇 달에서 1년 정도 걸렸던 게 앞으로는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이뤄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불안의 배경에는 과거의 경험이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탈북민이 공안에 체포될 경우 일주일에서 열흘가량 구금된 뒤 북송되는 사례가 일반적이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구금 기간이 길어지면 가족들이 공안과 접촉하거나 비용을 마련해 북송을 피할 여지가 생기기도 하지만, 구금 기간이 짧고 북송이 신속하게 진행되면 이런 대응 자체가 어려워지고 그렇게 되면 이런 대응 자체가 어려워져 사실상 북송을 피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실제 지린성에 거주 중인 탈북민 A씨는 “요즘 중국인들 사이에 북한 여행이 가능해졌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꼭 가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며 “일부는 ‘너도 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묻기도 해 답답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길이 열렸다고 해도 나는 갈 수 없다는 현실이 견디기 힘든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더 힘들어진다”며 “양국(북중) 관계가 회복되는 게 누군가에게는 좋은 일일지 몰라도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힘든 일”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탈북민 B씨 역시 “지난달 다른 탈북민으로부터 ‘언제 잡혀갈지 모른다’며 함께 한국에 가자는 제안을 받았는데 과거 체포된 경험이 있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며 “한국에 가자니 체포됐던 기억이 떠올라 두렵고, 남아 있자니 (북중)관계가 좋아지고 있다는 소문 때문에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B씨는 “이러다 갑자기 북송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불쑥불쑥 떠올라 요즘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잠도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이처럼 중국 내 탈북민들에게 북중관계 회복 조짐은 단순한 외교적 변화를 넘어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 실질적인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제도적 보호 장치 없이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살아가는 탈북민들은 언제든 강제 북송될 수 있다는 공포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게 소식통의 지적이다.

소식통은 “중국에 사는 탈북민들은 불법체류자로 간주되기 때문에 중조관계가 강화될수록 이들의 신변 안전은 더 위협받을 수 있다”면서 “한국행을 시도하는 탈북민들이나 여기 남아 있는 탈북민들 모두가 덜 위험하고 덜 불안한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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