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 철거에 허전한 청명…주민들 “찾아갈 곳 없다” 헛헛함 토로

흩어져 있던 가족들 모여 벌초·성묘하는 풍습 사라지며 정서적 공백 커져…허전함과 아쉬움 호소

북한 추석 성묘
성묘하는 북한 주민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북한 당국이 산림 복구를 명목으로 야산에 있는 묘를 대대적으로 정리하도록 지시한 이후, 올해 청명(淸明, 4월 5일)을 맞아 성묘에 나서는 주민들이 크게 줄어들었고, 이에 “이제는 찾아갈 곳도, 벌초할 곳도 없다”며 허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7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산에 모셔둔 조상 묘를 없앨 데 대한 국가적 지시가 내려지고 실제로 대부분이 정리되면서 올해 피현군과 천마군 일대에서는 청명에 산으로 향하는 주민들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과거에는 많은 주민들이 청명 때 음식과 술을 싸 들고 성묘에 나서 벌초하고 제사를 지내는 게 자연스러운 풍경이었으나 지금은 이런 풍경이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는 전언이다.

아직 야산들에 일부 묘가 남아 있긴 하지만, 당국의 시선을 의식한 주민들이 서둘러 벌초하고 간단히 술 한 잔 올린 뒤 하산하는 등 성묘 문화가 크게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변화는 북한 당국이 ‘산림 복구’와 ‘국토 관리’를 명분으로 내세워 전국적인 묘 철거를 강하게 밀어붙인 결과로 풀이된다. 북한은 식수 부지 확보를 위해 묘 철거를 요구하며 기한 내 미이행 시 국가가 직접 처리하겠다는 강경한 방침을 고수해 왔다.

이에 따라 상당수 주민은 조상의 유골을 수습해 화장 처리하는 방식을 택했고, 현재는 야산의 묘들이 대부분 정리된 상태라고 한다.

소식통은 “추석에는 묘가 없어도 집에서 제사를 지내며 조상에 대한 예를 갖추는데, 벌초가 핵심인 청명은 집에서 따로 챙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전통적인 풍습 자체가 사라지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제 청명은 그냥 지나가는 날이 됐다’며 허전해하는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일부 주민들은 더 이상 번거롭게 음식을 싸 들고 산에 가서 제사 지낼 필요가 없어졌다며 반기기도 하지만, 또 일부는 오랜 관습이 사라진 데 따른 정서적 공백에 아쉬움과 헛헛함을 토로하고 있다.

청명은 단순히 조상을 모시는 날이라는 의미를 넘어 흩어져 있던 가족과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안부를 나눌 계기가 되는 ‘구심점’이 돼왔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매년 이맘때면 고향 떠나 사는 친척, 동무들의 얼굴을 마주하고 서로 살아가는 소식도 주고받았는데 그런 명절 같은 날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니 남아 있던 정 마저 메마른 느낌”이라며 “조상 묘가 철거되니 이제는 모일 계기 자체가 없어지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결국 북한 당국의 강압적인 묘 철거 지시는 오랜 기간 이어져 온 풍습을 단절시켰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정서적 유대감과 공동체의 결속력마저 위축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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