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 채취 동원된 주민들이 ‘머슴 조개꾼’이라 불리는 이유는?

하루 종일 일하고 번 일당의 절반을 소속 농장·공장에 바쳐야…캔 조개 몰래 숨겨 빼돌리는 주민들

2019년 5월 중국 옌지시의 한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북한산 조개. /사진=데일리NK

북한이 지방발전 정책과 연계해 전국적으로 바다 양식장 확대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 중인 가운데, 서해 조개양식장에서 조개 채취에 동원된 주민들이 하루 종일 일하고도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는 등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해왔다.

3일 데일리NK 황해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본격적인 조개 수확기가 시작되면서 옹진군 일대 조개양식장들에 인근 지역 주민들이 대거 동원돼 하루 평균 30㎏ 이상의 조개를 채취하고 있다.

조개 채취에 동원된 주민들은 대부분 바닷가 조개양식장을 중심으로 10㎞ 반경에 거주하는 농장원들과 공장 노동자들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들이 하루 종일 조개 채취에 동원되고 있음에도 하루 일당의 절반을 농장이나 공장에 떼이고 있다는 점이다. 농장이나 공장은 소속 단위에서 일을 해야 하는 시간에 조개양식장에서 조개를 채취하고 품삯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하루 일당의 절반을 납부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에 현지에서는 조개양식장에 동원되는 주민들을 두고 ‘머슴 조개꾼’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을 해놓고도 일당을 다 받지 못하고 절반을 소속 단위에 상납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개를 캐는 방법이야 단순하지만, 3㎝ 이상의 조개만 ‘합격품’으로 선별된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선별된 조개의 무게를 합산해서 일당을 받는데, 보통 1kg당 북한 돈으로 300~600원을 받는다고 한다. 현재 북한 시장에서 쌀 1㎏이 1만 5000~1만 6000원 수준인데, 하루에 조개 50㎏을 캐야 쌀 1㎏을 살 수 있는 일당을 벌게 되는 셈이다.

소식통은 “하루 품삯을 제대로 받기 위해서는 온 갯벌을 하루 종일 누벼야 한다”며 “하루 종일 조개 채취에 동원돼도 일당의 절반을 바쳐야 하는 상황이니 사람들이 몰래 조개를 빼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품삯보다 빼돌린 조개의 값이 더 나가기 때문에 조개양식장에 동원되는 사람들은 캐는 양보다 숨기는 양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조개 캐기에 동원된 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조개를 옷 속에 숨기거나 자신만이 아는 해안가 곳곳에 조개를 숨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주민들이 많다는 것을 눈치챈 양식장도 주민들이 조개를 숨겨두고 빼돌리지 않는지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청운산·매봉·백호 등 옹진군 일대의 조개양식장에서는 군인들까지 동원해 작업 현장을 지키게 하고 채취 작업이 끝난 뒤에는 동원된 주민들을 대상으로 몸수색까지 벌이고 있다”며 “오죽하면 사람들 사이에서 ‘일제 순사보다 더한 놈’이라는 말까지 나오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조개를 몰래 숨겨 빼돌리는 일, 그리고 그런 이들을 감시하고 수색하는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며 “돈 몇 푼에 누가 더 잘 숨기는지, 누가 더 잘 단속하는지 경쟁이 벌어지는 꼴”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조개 채취 동원을 피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난한 바닷가 마을에서 그나마 부수입을 얻을 수 있는 때가 조개 수확기이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에서 현금이 도는 때는 조개 수확기가 거의 유일하다”며 “감시를 피해 숨기고 몸수색까지 당한다는 게 처참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렇게라도 돈을 벌자는 게 이쪽 지역 사람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