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시장 물가 일제히 ‘털썩’…쌀·옥수수 가격 2주 새 급락

1월 쌀값 이례적으로 10% 이상 '뚝'…양곡판매소 공급량 확대되고 외화 환율 하락까지 겹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3년 1월 25일 ‘서로 돕고 이끄는 우리 사회의 미풍을 더 활짝 꽃피워나가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어렵고 힘들수록 서로 돕고 위해주는 덕과 정의 힘으로 오늘의 난관을 뚫고나가려는 것은 우리 인민의 가슴 속에 굳게 자리잡은 드팀없는 신조이고 열렬한 지향”이라고 강조하며 한 양곡판매소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쌀·옥수수 등 곡물을 비롯해 환율, 수입품 가격 등 북한 시장 물가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환율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양곡판매소를 통한 곡물 판매가 확대되면서 시장 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파악된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평양의 한 시장에서 쌀 1㎏은 북한 돈 1만 5700원에 거래돼 직전 조사 때인 지난 4일 당시 가격(1만 8000원)보다 12.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쌀 가격 하락세는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는데, 양강도 혜산시의 한 시장에서도 지난 18일 기준 쌀 1㎏이 1만 6000원에 거래돼 2주 전 가격(1만 8300원)보다 12.6%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시장에서 1월 쌀 가격이 이렇게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최근 5년 이래 처음이다. 지난해 가을에 추수한 곡물이 12월부터 시장에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1월 초순까지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대개 5% 이내의 하락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이달 초 급등했던 옥수수 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 18일 기준 평양과 평안북도 신의주의 한 시장에서 거래된 옥수수 1㎏의 가격은 4000원, 4100원으로 지난 4일 조사 가격보다 각각 16.7%, 16.3%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목할 점은 최근 한 달 사이 옥수수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하며 가격 불안정성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북한 시장의 옥수수 가격은 지난 12월 말부터 이달 초 사이 26~32%까지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2주 새 다시 16%가량 떨어졌다.

이렇게 북한 시장 곡물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쌀과 옥수수 가격 하락세가 나타난 것은 환율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북한 당국이 양곡판매소를 통한 곡물 판매량을 일시적으로 확대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양강도 및 평안북도 등 복수의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일부 지역 양곡판매소의 곡물 판매량이 지난달과 비교해 2배가량 증가했다. 양곡판매소에서 시장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쌀과 옥수수 등을 판매하면서 시장 곡물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북한 외화 환율도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18일 기준 북한 원·달러 시장 환율은 평양·신의주·혜산 평균 3만 7217원으로, 2주 전인 지난 4일 조사 당시 평균 환율보다 5%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위안 환율은 달러 환율보다 하락폭이 작았다. 18일 기준 북한 원·위안 시장 환율은 평양·신의주·혜산 평균 5123원으로 직전 조사 때 평균 환율보다 3.8%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외화 환율이 하락한 것은 북한 당국이 일부 무역회사에 새로운 무역허가권(와크)을 아직 발급하지 않으면서 무역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계절적으로 곡물 공급이 늘어나는 시기인 데다 환율이 하락하면서 곡물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달러를 기준으로 상품 가격을 평가하는 북한 시장 특성상 국산품도 환율의 영향을 받는데, 최근 몇 년간 환율이 급등하면서 이런 경향이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북한 시장에서 2024년 하반기 이후 달러와 위안 등 외화 환율이 급등하면서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이나 위아나이제이션(yuanization) 같은 외화 통용 현상이 심화됐고, 이것이 북한산 곡물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같은 하락세가 계속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조 연구소장은 “보통 1월 말에서 2월 초에는 곡물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한다”며 “올해도 2월 북한 명절을 앞두고 환율은 물론이고 곡물가 등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