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를 ‘애국적 헌신’으로 추켜세우는 北…그 이면엔

개인이 투자해 키운 사업 국가가 자연스럽게 흡수…칭찬하면서 권한 넘기게 만들어 '벗겨먹는다'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의 한 주유소의 모습.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평안북도 정주시에서 개인이 투자해 키운 사업과 자본이 국가에 흡수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23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은 “7년 전 약 2만 달러를 투자해 정주시에서 연유판매소 간판을 달고 여러 주유소를 운영하던 A씨가 최근 국가에 사업권과 자본을 모두 빼앗겼다”며 “겉으로는 어려운 시기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으로 내세워졌지만, 사실상 권한을 모두 잃게 된 셈”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A씨는 유류 유통이 비교적 자유롭던 시기부터 개인 장사를 해오다 국가 기관(연유판매소)과 사업해 사실상 주유소 운영권을 확보하고 실질적으로 운영에 나서며 안정적인 수익을 올려왔다.

이후 그는 자금을 투자해 정주시 기관차대 명의로 내연기관차와 화차를 운영하며 운송 사업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국가 기관을 끼고 주유소 영업권과 운송 사업권까지 쥐게 된 A씨는 그렇게 지역에서 ‘잘나가는 사업가’로 이름났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180도 달라지면서 A씨는 부러움의 대상이 아닌 가여움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그는 형식적으로 주유소 부원이라는 직책을 달고 있었는데, 어려운 시기에 애국심을 발휘해 조국의 부강 번영을 위해 헌신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 ‘노력훈장’ 대상자로 추천되는 등 크게 추켜세워졌지만 실제로는 주유소 영업권을 아주 빼앗기게 됐다”며 “투자금과 자본, 권한이 애국적 헌신이라는 이름 아래 국가로 흡수된 것”이라고 말했다.

내막을 아는 주민들은 A씨에게 딱한 시선을 보내면서 “그래도 명예라도 남은 게 어디냐”며 애써 위로하는 말들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잘나간다 싶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조용히 사라지거나 검열에 걸려 모든 것을 잃는 일은 이미 여러 차례 반복돼 왔다”며 “여기(북한)에는 ‘키워서 잡아먹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바로 이런 경우에 쓰는 말”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최근에는 ‘잡아먹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며 “한순간에 몰수하거나 매장시키기보다는 칭찬하고 추켜세우면서 투자금과 자본, 권한을 자연스럽게 국가로 넘기게 만드는 방식인데, 그래서 ‘잡아먹는다’라는 말보다 ‘벗겨먹는다’라는 표현이 더 맞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에서는 개인이 사업을 하려면 해당 국가기관 책임자나 권력기관 간부들의 묵인과 보호가 필수적이다. 벌어들이는 돈의 일정량을 명목상으로 내건 ‘명의(간판) 값’ 등으로 상납하고, 그 외에도 별도 뇌물을 바쳐 각종 검열에 대비해야만 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사업은 언제든 국가에 의해 잠식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개인 사업가들은 한시도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9차 당대회라는 대규모 정치 행사를 앞둔 시기가 이번 사례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각 부문에서 사업 실적에 대한 압박이 커졌고, 이에 개인 자본이 투입돼 돌아가고 있는 사업들을 국가가 흡수해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소식통은 “지금은 개인이 투자해 키워놓은 잘나가는 곳들이 가장 위험한 대상”이라며 “사업이 잘될수록 보호받지 못하고, 어느 순간 애국심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