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제품 무상 공급 선전하는데, 수도 평양에서조차 공급 차질

불시 검열에서 공급 중단과 비용 전가 행위 만연한 것으로 드러나…다른 도는 아예 공급 '뚝' 끊겨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022년 8월 21일 탁아소·유치원에 대한 젖제품(유제품) 공급 정책을 소개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애민정신’을 부각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어린이들의 성장과 영양 개선에 중점을 두고 당(黨)에서 직접 젖제품(유제품) 공급을 책임지겠다고 밝혔지만, 수도 평양시에서조차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21일 데일리NK 평양시 소식통은 “정부가 위대한 어머니의 사랑으로 어린이들의 성장을 나라가 책임지고 돌봐줄 것이라며 젖제품 공급을 공언했으나 지난 8일 순안구역을 비롯한 몇 개 구역들의 탁아소, 유치원들을 대상으로 유제품 공급 실태를 점검한 결과 공급 중단과 비용 전가 행위가 만연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검열은 “조국의 미래인 우리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도록 어디서나 젖제품 공급이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는 당의 지침에 따라 사전 예고 없이 불시에 진행됐다.

탁아소와 유치원에 대한 유제품 공급이 실제 아이들의 성장 발육과 영양에 실질적인 변화를 주고 있는지, 공급은 문제없이 잘 되고 있는지 현장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검열이었는데, 기대와는 정반대인 참담한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실제 평양시 중심구역들에는 100% 공급이 되지는 않았어도 그럭저럭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크게 염려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순안구역 등 주변구역의 경우에는 공급이 30%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변 구역의 탁아소 유치원 등 해당 단위의 관계자들은 이번 검열에서 “공급량이 부족해서 받지 못하는 날도 있고 운송 수단인 차가 없어서 공급량이 있어도 받지 못하는 날도 있다”며 그 배경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관계자들은 공급받은 유제품에 설탕 등 당이 전혀 첨가되지 않고, 비린내가 너무 심하고, 물이 너무 많이 섞여 있어 맹맹한 맛이 나다 보니 아이들도 잘 먹지 않으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아이들이 거부하는데 강제로 먹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영양 섭취는커녕 성장이나 발육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이번 검열에서 밝혀진 또 다른 문제는 유제품 공급을 위해 운반할 차량을 빌려 쓰는 데 드는 돈과 기름값 등을 학부모들이 부담하고 있고, 심지어 유제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음에도 이런 돈을 학부모들에게 그대로 부담시키는 행위들이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뿐만 아니라 순안구역 등 일부 구역의 탁아소와 유치원들이 지난달 장마당에서 아이들의 간식을 구매해 공급하겠다며 학부모들에게서 북한 돈 100만원 이상을 거두고 실제로는 간식을 공급하지도 않고 공급한 것처럼 흉내만 낸 사례도 적발됐다.

소식통은 “이번 검열에 따른 처벌이나 대책은 알려진 게 없다”면서 “젖제품 공급 실태는 평양시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점검됐는데, 평안남도를 비롯한 다른 도는 더 말할 것 없이 공급이 아예 뚝 끊긴 상태로 밝혀져 정부가 전반적으로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