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에도 ‘꼬마계획’ 과제 내몰린 학생들…“사람 껍데기 벗긴다”

파고철 등 현물 과제 할당량 채워야…수행 못하면 개학 후 생활총화서 비판 대상돼 학생들 압박감 느껴

북한 함경북도 남양노동자구 시내에 있는 학교 운동장에 아이들이 모여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의 학생들이 방학에도 ‘꼬마계획’ 과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이어야 할 방학에도 각종 사회적 과제가 끊이지 않고, 그 부담이 학부모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면서 “사람 껍데기를 벗긴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21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청진시의 학생들이 지금 파고철, 파고무, 파지 등을 구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면서 “방학 기간에 내려진 꼬마계획 과제를 수행하지 않으면 개학 후 생활총화에서 비판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꼬마계획은 국가를 위해 좋은 일하기라는 명목에서 학생들에게 내리는 일종의 현물 동원 과제다. 꼬마계획 과제는 학기 중은 물론 방학 때도 내려지는데, 이러한 관행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으며 이번 겨울방학에도 예외 없이 부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청진시의 소학교(초등학교) 3학년 이상 학생들은 이번 방학에 파고철 3㎏, 파고무 1㎏, 파지 1㎏, 공병 5개, 페니실린·마이실린 병 10개 등의 과제를 할당받았다. 과제량은 학교나 학급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항목은 대체로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학생들은 직접 학교에 현물을 제출하는 게 아니라 지정된 수매소에 현물을 갖다 낸 뒤 받은 ‘수매증’을 학교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과제를 수행한다.

이런 가운데 현재 초·고급중학교(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과제 수행 압박에 특히나 쫓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학교는 2월 16일까지 방학이 이어지지만, 초·고급중학교는 2월 1일이 개학일이라 그전까지 과제를 어떻게든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방학 기간 내 과제를 수행하지 못하면 개학 후 진행되는 첫 주 생활총화나 월 생활총화에서 비판 대상이 될 수 있다 보니 개학일이 다가올수록 학생들의 심리적 부담과 압박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이에 학생들은 할당량을 모두 채우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얼마라도 채우려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과제가 결국 학부모들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사실상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파고철 같은 것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결국에는 자녀가 생활총화에서 비판 대상이 되는 상황을 피하려면 부모들이 돈을 들여 대신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어린아이들은 비판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한번 비판을 받으면 마음의 상처로 남아 오랫동안 아물지 않는다”며 “그래서 부모들은 자녀들이 생활총화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현물을 구하거나 돈을 들여서라도 어떻게든 과제를 해결해 주려 한다”고 말했다.

부모들은 자녀들의 과제에 더해 자신들 앞에 내려지는 각종 사회적 과제까지 수행해야 하는 처지다 보니 이중삼중의 부담에 시달리는데, 이에 한편에서는 “제발 방학만이라도 이런 과제는 안 줬으면 좋겠다”, “사람 껍데기를 벗긴다”라고 한탄하는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다.

소식통은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가정들이 부담을 크게 느낄 것”이라며 “간부 집 자식들은 부모의 권력을 내세워 말 한마디만 하면 현물을 내지 않아도 수매증을 받을 수 있지만, 일반 주민 가정의 경우에는 현물을 직접 구하거나 돈을 들여 사서 내야만 하고 그렇지 못하면 그저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게 지금 여기(북한)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