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그동안 형식적으로 유지돼 온 무상치료제 대신 의료보험 제도를 도입해 병을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공공의료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병원과 약국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의료비 부담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15일 데일리NK에 “작년 12월 전원회의 이후 내각 보건성과 당 전문 부서들에 의료비 보장 체계를 새로 세우라는 실무 과업이 내려왔다”면서 “지금은 의료보험 제도를 공식화하기 위한 준비 단계”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기관·기업소에 소속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의료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소식통은 “앞으로는 직장에 적(籍)을 둔 사람은 의료보험에 반드시 들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려 한다”면서 “보험료는 월급에서 일정 몫을 떼는 방식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에 다니지 않는 주민들도 직장에 다니는 가족 구성원이 있으면 가족 단위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예컨대 직장에 다니는 자녀가 부양가족 몫의 의료보험료를 더 내면 해당 가족이 치료나 약 공급에서 우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아울러 북한 당국은 ‘연로보장자’(정년퇴직 등으로 노동능력을 상실한 노년층) 역시 의료보험 제도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기본 보험에 든 대상자에게는 국가가 정한 국정 가격으로 기본 치료를 보장하는 식”이라며 “다만 입원 치료나 특수 치료는 본인이나 가족의 부담 몫이 커지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는 국가가 의료비를 전부 책임지는 구조에서 개인에게 부담을 나누는 구조로 전환하려는 흐름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지금처럼 무상치료를 말해 놓고 병원에서 돈을 받는 방식이 아니라 누가, 어떤 치료에 각자 몫을 부담하는지를 제도적으로 분명히 하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이 같은 제도적 변화 움직임은 최근 북한이 추진 중인 표준약국 확대와 시·군 병원 건설 정책과도 맞물린다. 병원과 약국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운영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의료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의료보험 제도를 도입하려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서는 의료보험 도입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2월 초 언급한 ‘보건 혁명’ 구상과도 연결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식통은 “우(위)에서는 병원만 새로 지어 놓고 운영이 제대로 안 되는 상태를 문제로 보고 있다”면서 “이제는 보건과 의료, 금융을 함께 묶어 체계화하라는 요구가 강하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소식통은 “국가는 무상치료라는 표현을 계속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다만 실제 운영에서는 의료보험 가입 여부와 부담 수준에 따라 의료 혜택이 달라지는 구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겉으로는 사회주의 무상치료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의료보험 제도 기반의 관리형 공공의료 체계로 옮겨갈 것이라는 해석이다.
의료보험 제도가 실제로 도입되는 경우 보험료 수준이 어느 정도 일지,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치료비나 약제비는 얼마나 될지가 가장 큰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보험료 부담을 어느 정도로 할지, 어느 지역부터 적용할지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직장에 다니는 구성원이 없는 세대나 형편이 어려운 세대는 의료보험 제도 도입에 회의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의료보험 도입과 관련해 내각 보건성 차원에서 ‘사회보장의료보험카드’ 발급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카드는 개인의 진료 이력과 치료 기록을 함께 관리하는 용도다. 이 카드가 도입되면 동네 진료소부터 중앙급 병원까지의 진료 기록이 하나로 관리될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은 “지역 진료소, 시 병원, 도 병원, 중앙 병원에서 받은 치료 내용이 카드 하나로 다 이어지게 된다”면서 “누가 어디서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를 다 알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