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인터뷰] 운신 폭 줄어드는 北 무역일꾼들 “새해에는…”

“국가는 무역량 늘리는데, 무역 일 하는 우리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은 없어…활동 영역 넓혀줘야”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압록강철교(중조우의교)를 통해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로 향하는 화물트럭. /사진=데일리NK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북중 무역이 대폭 확대되고 있지만, 해외에서 활동하는 북한 무역일꾼들의 운신 폭은 오히려 축소되고 있다. 무역일꾼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감시가 이중삼중으로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해외에 무역일꾼들을 파견해 국가적으로 필요한 물품을 수출입하게 하면서도 무역일꾼들이 누구를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까지 낱낱이 살피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어 무역일꾼들의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북한은 물품 수입을 지시할 때 세부 품명과 최저 가격 등을 인터넷으로 세밀하게 조사한 뒤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의 경우 무역일꾼들이 적당한 가격으로 물품을 제공할 수 있는 업체를 찾아 상부에 보고하는 식으로 수입 절차를 진행했지만, 지금은 평양에서 최저가를 제공하는 업체를 선정하고, 정해진 가격으로만 계약을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무역일꾼들은 회사나 개인의 이윤을 남기기 위한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무역 규모가 확대돼도 조직이나 개인에게 떨어지는 이익은 오히려 줄어들게 됐다는 한탄이 나오는 이유다.

신냉전 구도 속 북중러 연대가 강화되면서 북중, 북러 간 무역 규모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시점에서 해외에 파견된 북한 무역일꾼들은 새해 북한의 무역 정책이 어떻게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는지, 이들의 새해 목표는 무엇인지 데일리NK가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래는 중국에서 3년 이상 활동하고 있는 40대 북한 무역일꾼 A씨와의 일문일답

-중국에 나와 무역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가격과의 전쟁이다. 돈 문제가 제일 힘들다. 위에서 시장조사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 중국에 나와서 기업 관계자들과 수시로 만나서 활동하는 나 같은 무역대표보다 평양에서 컴퓨터로 인터넷 두들기는 간부들이 중국 내 기업 상황이나 물건 가격을 더 잘 알고 있다. 최근에도 위에서 전자제품 수입 지시가 내려와서 중국 기업들 찾아다니며 가격 협상을 하고 있었고 가장 적절한 가격을 합의해서 그 가격으로 수입하겠다고 평양으로 보고서를 올려보냈는데 통과가 되지 않았다. 평양에서 해당 제품의 최저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인터넷으로 최저가 제품을 찾는 것과 우리가 직접 공장을 찾아다니며 물건을 협상하는 것은 가격도 다르고 제품의 질도 다르다. 인터넷 최저가가 다 좋은 상품은 아닌데 상부에서는 무조건 가장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수입하게 한다. 요즘은 이런 문제가 많아서 중국에서 활동하는 무역대표들이 매우 힘들어한다. 평양에서 이미 가격을 다 알고, 딱 그 업체에서만 주문하라고 하니 해외에 무역대표들이 나와 있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평양에서 하라는 대로만 하면 남는 돈이 전혀 없다. 우리도 돈을 벌어야 먹고살지 않겠는가.”

-지난해 말 북중 간 무역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이런 분위기가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9차 당대회를 앞두고 수입 지시가 많은 편인지?

“국가적인 무역은 많이 늘어났다. 수량도 많고 종류도 다양해졌다. 수입하지 않는 물건이 없다고 할 정도로 많은 물건들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요즘은 전자제품 수입을 많이 하는데, 컴퓨터에 들어가는 부품들도 모두 중국에서 들여간다.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만 수입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에서 생산된 컴퓨터는 물론이고 미국 제품들도 다 수입한다. 당이 이런 물건들을 필요로 한다는 얘기기도 하다. 미국산 제품들은 당의 허가 없이는 못 하는 일이다. 또 훈춘 쪽으로 자동차도 밀수로 많이 들어간다. 최근에 벤츠 자동차도 들어갔는데 200만 위안(한화 약 4억 2000만원)이 넘었다. 그렇게 비싼 자동차도 들어간다.”

-올해 북중 간 무역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나? 아니면 예년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일까?

“올해 중국과의 무역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최근 몇 년 동안 로씨야(러시아)하고 하는 무역들이 많았는데, 점점 로씨야 쪽은 물건이 줄고 있다. 기름이나 밀가루 같은 것은 로씨야에서 수입할 수 있지만 그 외에 공업품들은 로씨야에서 들어가는 것이 거의 없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로씨야에서 수출할 수 있는 상품이 계속 줄고 있다. 결국 중국과 무역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역대표들도 올해 중국과의 관계가 작년보다 나아지면서 무역량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국가에서는 중국과의 무역에 적극적이고 무역 지시도 많다. 우리 쪽은 중국과 무역을 더 늘려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무역일꾼으로서 새해에 바라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

“국가는 무역량을 늘리는데, 무역 일을 하는 우리는 정작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이 없다. 국가가 주도하는 무역이 너무 많다. 작은 무역회사나 무역대표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조금 늘려줘야 더 활발한 무역이 이뤄질 텐데 국가에서 시키는 일만 하라고 하니 답답하다. 해외에 나오는 것이 이제는 특권이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수입 없이 모아 놓은 돈을 까먹기만 했다. 그러면서도 국가에 내야 하는 외화계획분을 마련하려면 모아뒀던 개인 돈을 털어서 쓸 수밖에 없다. 이렇게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다. 나도 귀국이 멀지 않은 것 같다. 문제는 돌아가면 해외에서 만난 사람들과 어떤 대화를 나눴고, 어떤 실적을 올렸는지, 자본주의 사상을 접하지 않았는지 등 철저한 사상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 되면 최소 추방이기 때문에 그게 걱정돼서 돌아가지 못하는 무역대표들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