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 짐 날라주며 돈 챙기다 적발된 기통수들, 생활제대 처분 받아

열차 검열 느슨한 점 이용해 상인들과 결탁…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비리 저지르다 더 크게 문제시

북한 평양역의 모습. /사진=데일리NK

지난해 연말을 맞아 진행된 열차 이용 집중 검열 과정에서 기요(기밀) 문건을 전달하는 임무를 맡은 군(軍) 기통수들이 직무상 편의를 이용해 상인들의 짐을 날라주고 돈을 챙긴 사실이 적발돼 생활제대(불명예 전역) 처분을 받은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9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에 문제시된 기통수들은 총참모부 직속의 병사들로, 양강도 혜산시 일대 상인들과 결탁해 평양과 혜산을 오가며 상인들이 부탁한 물건을 옮겨주는 일을 하며 돈을 챙긴 것으로 검열에 걸렸다.

상인들 사이에서는 열차 승무원들보다 군 기통수들에게 부탁하는 것이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고 조건도 까다롭지 않아 기통수들을 통해 물건을 옮기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실제 소식통은 “기통수들 대부분이 총각들이라 열차 승무원들에 비해 요구하는 몫이 적고, 군인이라는 신분 덕에 검열도 느슨해 장사꾼들은 기통수들과의 거래를 특히 선호한다”고 전했다.

기통수들은 보통 2인 1조로 편성돼 열차로 평양~혜산, 평양~신의주 등 주요 노선을 오가며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열차에 탄 군인들을 단속하는 경무원(헌병)들은 기통수들의 신분만 확인할 뿐 짐 검열은 사실상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기밀 문건 운반이라는 특수한 보직에 있는 이들이다 보니 애초에 까다롭게 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바로 이런 허점이 기통수들의 직무를 이용한 사익 편취로 이어졌다. 기통수들이 언제, 어떤 열차를 이용하는지를 상인들에게 미리 공유하고 짐을 옮겨주는 비리 구조가 고착하기 쉬운 조건인 셈이다.

이번 사안의 경우 기통수들이 상인들과 반복적으로 거래해 왔다는 점 때문에 더 크게 문제시됐다. 직무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운 것 자체도 문제인데, 일회성 일탈도 아니고 이런 행위를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것에서 더 엄중하게 받아들여졌다는 전언이다.

결국 문제시된 기통수들은 군 검찰소와 군 보위부의 조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생활제대라는 중벌을 받게 됐다. 생활제대자는 입당(入黨)에서 배제되는 것은 물론 직장 배치에서도 불이익을 받고, 사회적으로도 낙인이 찍히기 때문에 사실상 정치적 사형 선고를 받게 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느슨했던 기통수들에 대한 열차 내 검열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런가 하면 소식통은 “열차와 연관된 직무에 있는 이들이 대가를 받고 크고 작은 심부름이나 짐을 운반하는 일은 여기(북한)서 오래전부터 관행처럼 이뤄져 온 일”이라며 “이는 비단 기통수들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비리 관행을 완전히 뿌리 뽑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